Hey 캣우먼!
오래 연애하고 올 가을에 결혼할 서른 초반의 여자입니다. 긍정적이고 듬직한 남자친구만 보면 정말 너무 결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새 결혼준비과정이 이렇게 저희를 힘들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신혼집 위치를 시어머님이 원하지 않는 친정 근처로 얻게 됐는데 앞으로 시누이와 시어머니한테 욕먹으면서 2년 살 생각하니 참 감당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돈을 안 받고 시작하자니 자신도 없고요.
전 아직 결혼할 멘탈이 안된 걸까요? 집 문제가 제가 원하는 대로 되긴 됐는데 뭘 얻은 건지 모르겠어요. 우울하고 노이로제가 걸린 거 같아요. (수직상승 전세값)
Hey 수직상승 전세값!
이미 집 문제는 계약이 끝났으니 하는 수 없고요, 지금은 나쁜 예비 며느리가 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매스미디어나 주변에서 보고들은 '시댁'이란 또 얼마나 무시무시합니까. 금전적으로 도와줬는데 '이기적이다' '얄밉다' '괘씸하다' 이상으로 그들이 당신을 미워하는 최악의 상황을 당신 혼자 집착하듯 상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나 시누이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당신을 미워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진 않습니다. 이미 당신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저항하고 극복하는 데에 성공했는데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식이 움직이기보다 자식들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때가 장기적으로 보면 더 낫습니다. 불효라는 논리로 자식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하지만 당신의 입장이 있듯, 시댁의 논리와 입장도 있습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고 마음의 가책을 느낀다면 종종 깜짝 선물이나 매달 용돈을 드리는 등 억지로 좋아하도록 노력하기 외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벌써부터 '노이로제'라는 단어를 꺼내는데 결혼으로 인해 확실히 인생은 더 복잡해지고 갑자기 어깨에 뭐가 많이 쌓여가는 느낌입니다. 그럴수록 감정노동이나 무리하기 같은 불필요한 모든 것들은 무엇이든 그때그때 버리고 가지 않으면 내가 그 무게를 감당 못해 침몰하게 됩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니스트 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