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 문제가 초미의 과제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난제가 당장 경기회복의 명제 앞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올인 하다시피 경제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양극화 해소 방안은 조금도 진전된 것이 없다.
특히 세제개편을 통해 '부자증세'를 내세웠지만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액은 오히려 3분의1로 줄어들었다. 작년에 정부는 올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액이 2조 9700억 원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으로 올해 세 부담 증가액은 9680억 원으로 가벼워지게 됐다. 결국 중산?서민 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갖가지 세액공제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세제운영으로 우리나라는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세체계가 소득불평등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OECD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세전 빈곤율은 0.173%로 OECD 27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러나 세후 빈곤율은 0.149%로 이스라엘, 칠레, 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세금만 뗐을 뿐인데 OECD회원국에서 가난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돼 버린 것이다.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의 절반도 못 버는 빈곤층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프랑스의 경우 세전 빈곤율(0.347%)과 세후 빈곤율(0.079%) 차이가 0.268%포인트로 OECD 회원국가운데 가장 크다. 그만큼 소득불평등도가 개선됐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비해 11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부가세로 소득재분배기능의 역진성이 강하다. 더욱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돼 어느새 일본이나 프랑스보다도 불평등한 나라가 됐다.
최근 "21세기 자본론'으로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45.51%로 프랑스(30.69%)는 물론 일본(40.50%)에 비해 높고 미국(48.16%)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가 전체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당장의 경제 살리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조세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으로 소득재분배기능을 살려야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