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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교황의 와인 '샤또네프 뒤 빠쁘'



스위스에서 지중해로 흐르는 론(Rhone) 강의 중·하류를 따라 발달해 있는 론 지역 와인 생산지는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 같은 론이면서도 와인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북부 론은 대륙성 기후이며 화강암 지대다. 강변의 가파른 경사지에서 포도나무가 재배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라 품종의 고향이며 꼬뜨-로띠, 에르미따쥬 등 세계 최고의 시라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남부 론은 지중해성 기후이며 완만한 언덕에 위치해 있다. 토양은 자갈이 많고 백악질이다. 북부 론이 시라 단일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반면 남부 론은 그르나슈 품종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레드와인에 13개의 품종을 블렌딩할 수 있다. 그 중 그르나슈와 시라, 무르베드르 등 3개 품종이 주로 사용된다.

'샤또네프 뒤 빠쁘(Chateauneuf du Pape)'는 지공다스, 바께이라스와 함께 남부 론 지역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다. 따벨 지역의 로제 와인도 유명세 면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 중에서도 샤또네프 뒤 빠쁘는 와인 병 라벨에 지역명이 표시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품질 보증'이다.

샤또네프 뒤 빠쁘는 사전적으로 번역하면 '교황의 새로운 성'이다. 그래서 교황의 와인이라고도 한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중세 들어서부터 십자군 전쟁이 한창일 때까지는 교권이 왕권을 압도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결과적으로 유럽 전역이 피폐해지면서 교황의 권위는 떨어지게 된다. 그러자 프랑스 국왕 필립4세가 교황 보나파키우스8세와의 분쟁 끝에 승리하고 이 때부터 왕권이 앞서는 시대에 접어든다.

신임 교황 끌레망5세는 필립4세에 의존하며 로마로 돌아가지 않고 프랑스 남부의 아비뇽에 머무른다. 이 때가 14세기 초였고 그로부터 70년 동안 아비뇽 교황청 시대가 이어지게 된다. 샤또네프 뒤 빠쁘라는 지역명은 아비뇽에 인접해 교황들이 여름을 지내던 별장이 있던 데서 유래했다. 와인의 품질도 이 때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분명히 교황과 관계가 밀접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몰락해 가던 교권의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러니도 느껴진다.

샤또네프 뒤 빠쁘 와인은 튼튼한 골격과 뛰어난 균형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라 특유의 스파이시향(후추냄새)이 느껴지며 장기 숙성에 의한 부케(오크 숙성을 통해 스며드는 향)도 좋다. 다만 값은 좀 비싼 편이다. 소매가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유명 와이너리 제품의 경우 20만원을 넘어서니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 맛과 향은 오랜 세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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