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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아담은 진흙, 인간은 옥수수로 빚었다?

윤덕노 푸드스토리





사람은 세상만사 대부분을 자신의 잣대로 본다. 때문에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음식도 비슷하다. 내게 익숙한 음식은 맛있고 신이 보내 준 선물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은 맛도 없고 엽기적인 음식으로 취급한다. 옥수수가 그랬다. 지금은 누구나 맛있게 먹지만 한때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옥수수는 원산지가 남미다. 남미의 고대 마야인과 중미 멕시코의 아즈텍 주민에게는 주식이었다. 때문에 마야인은 옥수수를 신이 환생한 작물이라고 여겼다. 또 기독교에서 하느님이 진흙으로 아담을 빚은 것처럼 마야 신화에서는 창조의 신이 옥수수 반죽으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남미 원주민들에게 옥수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 옥수수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옥수수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것은 조선 후기로 추정된다. 숙종 때 중국어 통역서인 역어유해에 옥촉(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돼 있으니 17-18세기 무렵이다. 잎 사이에 뿔처럼 생긴 꾸러미가 달렸는데 그 속에 구슬 같은 열매가 있고 맛은 달고 먹음직스럽지만 곡식 종류는 아니라고 했다.

옥수수가 곡식이 아니라는 것은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곡식이 부족한 산골마을에서는 식량으로 먹었지만 옥수수는 주로 군것질거리였다. 때문에 옛날 조상들은 배고플 때 어쩔 수 없이 먹는 작물 정도로나 여겼다.

그러니 조선 후기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자신의 문집인 완당집에 일흔 넘은 노인이 옥수수를 먹고 지낸다는 말을 듣고는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을 남겼고, 정약용 역시 곡식의 우선순위를 매기면서 17가지 곡식 중 옥수수를 꼴찌에서 두 번째로 꼽았다.

원산지에서는 신이 부활한 작물, 인류의 기본이라고 여겼던 작물이 우리나라에서는 마지못해 먹는 작물, 간식에 불과한 식물로 바뀌었으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만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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