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 실시 26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를 당선시킨 호남에서 주목할 만한 뉴스가 또 나왔다. 순천시 곡성군 '7.30재보선'을 통해 철옹성 같은 야당 텃밭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어 최대의 이변을 호남에서 연출해 큰 파장을 일으킨바 있다.
이번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광주에서 일어났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씨의 걸개그림 작품 '세월오월' 전시가 성사되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 8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 홍성담씨가 그린 이 작품에는 박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건희 삼성회장도 들어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급장과 검은 선글라스 모습도 그려져 있다.
지난 20일 윤장현 광주시장은 안종일 전 광주시 교육감, 김양균 전 헌법재판관, 조비오 신부 등 원로 16명과 만찬을 함께 하고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 대통령을 풍자한 '세월오월' 전시문제를 놓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 원로들은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특별전에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만찬에 배석한 광주시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원로 한두 분을 제외하고는 참석자 대부분이 풍자그림전시를 반대했다"고 한다.
진보성향의 일부 원로인사들 마저 "예술차원에서 국가 원수를 패러디할 수는 있지만 '세월오월'처럼 직설적으로 패러디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보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원로는 "표현의 자유에는 표현의 책임도 뒤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인식되어온 호남의 정서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윤장현 광주 시장은 "'외로운 섬'이 되지 않는 광주, 당당하게 다른 지역을 품고 가는 '열린 광주'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제 이정현 의원 당선과 함께 이와 같은 작은 불씨가 커져 영호남의 갈등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갈등이 많은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1위인 터키는 종교적인 갈등을 겪고 있어 실제로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하다. 이러한 면에서 호남의 정서가 변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에 부응하여 영남에서도 맞불을 놓아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