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친한 친구 이름 세명을 적으시오'. 어느 대기업 특진 대상자로 선발된 10명의 아빠들. 회의실에 모여 특진 시험을 치르던 중 자녀 문제가 나오자 당황한다. 이어 자녀의 장래희망, 자녀가 좋아하는 가수를 쓰라는 문제가 계속되자 머리를 쥐어 뜯거나 옆동료는 어떻게 쓰는지 흘깃 본다. 회의실이 한숨으로 가득 찰무렵 갑자기 시험장 모니터에 아이의 영상편지가 뜬다. 화면 속 아이는 '아빠 얼굴 까먹겠어 일찍 좀 들어와'라고 외친다. 이윽고 진짜 아이들이 시험장에 들어와 아빠 품에 안긴다. 이 영상은 공익광고가 아니다. 기아자동차가 레저용 차량 카니발 홍보를 위해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만든 온라인 광고다.
기아차가 관찰 카메라로 제작한 카니발 온라인 광고. 실험 속 특진 대상자로 선정된 10명의 아빠들이 자녀 관련 문제를 보자 당황하는 모습을 담았다. /영상 캡쳐
기업 온라인 광고도 리얼이 대세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처럼 관찰 카메라를 이용해 참가자들의 실제 상황을 광고 영상으로 제작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은 광고를 크게 방송과 인쇄 매체로 구분해 만드는데 온라인 광고 제작 비중을 점점 늘리는 추세다. 유투브와 인터넷 방송을 비롯한 각종 동영상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광고 노출 빈도가 온라인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방송 광고 영상을 응용해 온라인 광고로 송출했지만 요즘은 방송 광고 뺨치는 심혈을 기울여 따로 제작한다. 영상미를 위해 다큐멘터리·뮤직비디오 감독을 기용하거나 실험 세트장은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나 큰 회사나 지하철 역사를 통째로 빌릴 정도다.
온라인 광고의 생명은 초반 5초다. 대다수 동영상 플랫폼은 온라인 광고를 5초까지만 의무적으로 노출시키고 그 이상은 '건너뛰기' 버튼을 눌러 본 동영상으로 넘어가게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시청자의 '5초'를 붙들기 위한 광고 전략을 고심했고 그 결과 리얼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가공된 광고 영상보다는 실제 실험 영상의 반응이 더 좋고,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익숙해진 시청자가 많은 점이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풀HD보다 4배 선명한 UHD모니터의 화질을 증명하기 위해 진행한 '리얼 실험 프로젝트' 캠페인 영상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실험에 등장한 5개 모니터 중 한개만 진짜 모니터고 나머지는 테두리만 있는 빈 모니터다. 이 영상은 '최고의 눈' 전문가들이 진짜 모니터를 골라내는 모습을 다룬다. 모니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프로게이머, 국가대표 사격선수와 양궁선수 등이 실험에 참가했으나 삼성 UHD모니터 선별에 실패해 흥미를 자아냈다.
최근 애경그룹도 창립 60주년 기업 영상을 실험 카메라로 제작했다. 지인에게 전화하자마자 '사랑해'라고 고백할 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제품 성능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기업 간 경쟁력을 나타내는 제품 시장 점유율보다 소비자 대상 생활 점유율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해당 서비스·제품의 가치가 소비자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를 보여주는 마케팅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 프레인앤리연구소 소장은 "현대인들은 포장된 내용보다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리얼에 목말라 있다"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실험 과정을 통해 기업들은 제품 자신감 표현은 물론 대외 신뢰도까지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