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하자 금융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특히 증권사들은 퇴직연금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삼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 대책이 금융권간 시장선점 경쟁에서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자산 보유한도 완화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이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주도하고 있다. 증권사는 18%가량의 점유율로, 30%대인 보험업계보다 뒤져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안의 주요 내용은 ▲퇴직연금의 단계적 가입 의무화 ▲퇴직연금 적립금의 자산운용 규제 완화 ▲개별 기업이 기금 운용상의 결정권을 갖는 퇴직연금 펀드 허용 ▲확정기여(DC)형·IRP(개인퇴직연금 계좌)의 예금자 보호 한도 적용 등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 87조원 수준인 퇴직연금 시장이 2020년 350조~380조원대로 4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40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10조원 가량이 유입되는 효과뿐 아니라 매달 상당 규모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시 유입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수급적인 측면에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인 자금이 주식 관련 자산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전용홈피 개설 등 활성화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전용 홈페이지와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말 퇴직연금시장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해 집중적인 고객관리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퇴직연금 재테크 전략을 책으로도 발간했다.
대신증권은 매달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국내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전망 및 자사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특징 등을 설명해주는 '투자전략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교육시스템을 통해 추천 상품과 퇴직연금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퇴직연금 전용 홈페이지를 마련하는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퇴직연금을 핵심 고객관리 분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컨슈머 등 해외투자 펀드가 크게 늘면서 해외에 투자하는 퇴직연금펀드 설정액이 올해 들어 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가능해 침체된 자본시장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은 원리금 보장 예금상품에서 펀드 등으로 투자대상을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역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이 은행에 너무 치우쳐 있어 업권간 경쟁을 유도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계약자가 위험 선호도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수익률의 상품을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