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독특하고 역사적으로 특별한 식품이 우리 고추장이다. 된장도 우리 고유의 식품이지만 따지고 보면 된장은 여러 나라에서 먹는다. 일본에는 미소라는 된장이 있고, 중국에는 더우장(豆醬)이 있다. 우리한테 익숙하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에는 템페, 태국에도 타오제우라는 된장이 있으니 된장은 아시아 공통의 식품이다. 반면 고추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고추장은 쓰임새도 특별했다. 모든 음식에 넣는 조미료라기보다 특히 입맛이 떨어졌을 때 식욕을 돋우는 식욕촉진제 역할을 했으니 고추장을 먹으며 입맛을 되찾았던 이가 바로 조선 후기의 영조 임금이다.
영조는 입이 짧았던 모양이다. 때문에 승정원일기에는 임금이 식욕을 잃었을 때 자주 수랏상에 고추장을 올렸다고 나온다. 영조 역시 송이버섯, 전복, 꿩고기와 고추장, 이렇게 네 가지만 있으면 밥을 잘 먹을 수 있다며 좋아했다.
고추장으로 식욕을 돋았던 사람이 비단 영조 임금만은 아니었다. 순조 때의 실학자 이규경은 고추장에 대해 "비위를 다스리는 음식"이라고 표현했으니 조선 후기에 고추장은 여러 사람의 식욕촉진제 역할을 했다.
영조는 고추장 중에서도 특히 사헌부 관리로 있던 조중부의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특별히 좋아했다고 한다. 승정원일기에 "내의원에서 만든 고추장이 사대부 집의 것만 못하다"면서 조중부의 집에서 가져온 고추장을 즐겨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중부 집안의 고추장이 왜, 그리고 얼마나 특별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으니 지금 그 맛을 짐작할 수는 없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조중부의 본관이 전북 순창이다. 지금도 순창 고추장이 유명하지만 18세기 초반 문헌에 이미 순창 고추장이 기록돼 있으니 조중부 집안의 고추장이 바로 순창 고추장이었을 수도 있겠다.
추석연휴가 끝났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후유증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고추장으로 조미한 음식으로 느끼한 입맛을 다스리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