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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마마야 물렀거라, 지석영 대감 행차시다"



서울 연건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에 가면 옛 '대한의원' 본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907년에 건립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적인 병원 건물로서 근대적인 서양 의료기술과 의학교육을 국내에 도입하는 창구 역할을 한 기구다. 1885년에 개원한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과 1899년에 문을 연 최초의 근대식 의학교육기관인 '의학교' 그리고 '광제원'의 맥을 잇고 있다고 평가된다.

물론 일제에 강점된 뒤에는 의사나 약제사, 사무원들이 대부분 일본인으로 교체됐고 이름도 '조선총독부의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차츰 조선인의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근대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노력이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 도구로 변질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병든 사람들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아니 병들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조선인이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지석영이다. 의학교가 존속한 1899년부터 1907년까지 내내 교장을 맡기도 했던 지석영은 일본으로부터 '종두법'을 도입해 '마마' 퇴치에 앞장선 인물이다.

지금이야 그 위험성을 자각하는 이들이 거의 없지만 '두창'이나 '천연두'라고도 불리는 마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목숨은 부지하더라도 얼굴에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곰보 흔적을 남기던 무서운 질병이었다. 얼마나 대단했으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호환보다도 두려울 정도라 하여 '호환마마(虎患??)'라 일컬었을까. 실제로 사망률이 매우 높아 한때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전체 사망 원인의 10퍼센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석영과 같은 이들의 고생과 끊임 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1979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마마는 인류가 개발한 백신을 통해 완전히 퇴치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의원 건물 안에 마련된 의학박물관에 가면 그런 어마무시한 마마를 물리치기 위해 애쓴 지석영의 노고를 돌아보는 전시를 볼 수 있는데, 이름이 '마마야 물렀거라, 지석영 대감 행차시다'이다.

물론 일제가 자신들의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석영과 같은 인물의 업적을 앞에 내세운 반면 이전의 조선 정부가 했던 마마 퇴치 노력을 폄하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또 지석영 스스로 이토 히로부미의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하는 등 친일부역 혐의마저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록 옛 대한의원 의학박물관이 당시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건물을 안팎으로 살펴보고 전시물을 훑어보다 보면 근대 의학기술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 땅의 다양한 풍경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는 점이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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