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숙성을 위한 오크통은 100년 이상 자란 오크나무를 판형으로 얇게 잘라내 2년 이상 자연건조시킨 후 판을 연결해 만든다. 그리고 통의 안쪽은 불로 그을리는 토스팅 작업을 거친다. 불에 노출되면서 판이 안으로 굽어 자연스럽게 오크통 모양을 형성한다.
와인을 오크통으로 숙성하면 바닐라 초콜릿 캬라멜 등의 밀키(milky)향과 함께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 향도 배어들면서 복합적인 향과 맛을 보인다. 이를 '부케'라고 한다.
와인에 포함된 떫은 맛의 탄닌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도 크다. 와인의 증발도 장시간에 걸쳐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와인의 양이 줄어들고 코를 찌르는 알코올의 강한 기운이 순화되기도 한다. 숙성 중 와인은 또한 오랜 기간 미량의 공기와 호흡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와인의 질감이 부드러워지고 구조도 튼튼해진다.
오크통이 워낙 비싸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대량으로 만들어 소비하는 저가 와인의 경우 오크 조각을 넣어서 부케를 생성시키는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오크의 작용과 원리를 파악하면 자연스럽게 '오크 숙성에 적당한 와인이나 포도품종'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
탄닌이 풍부한 카베르네 소비뇽, 네비올로, 시라 등의 고급 레드와인 양조 품종은 당연히 오크통 숙성을 한다. 이탈리아의 명품 바롤로 와인을 빚는 네비올로 품종의 경우 워낙 탄닌이 강해 10년 이상을 숙성한다. 보르도 1등급 와인도 빈티지에 따라 장기 숙성한 후 시장에 내 놓는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템프라니요나 아르헨티나의 말벡 역시 5년 이상의 중장기 숙성이 되는 와인이다. 그 밖에 시장에 대량으로 팔리는 국제 포도품종도 최하 6개월 이상 오크통 속에 머무른다.
반면 레드와인 중 가메 품종으로 만드는 보졸레누보 등은 숙성 기간을 5주 내외로 짧게 가지며 신선한 과일향 유지를 위해 오크통 숙성도 피한다.
화이트 품종에서는 샤르도네가 대표적인 오크숙성 품종이다. 샤르도네는 오크통 숙성을 통해 고급으로 탈바꿈하는 예가 많다.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최고급 와인)급 와인들이 그렇다. 물론 오크통 숙성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강하다. 이들은 오크 대신 스테인레스 스틸 통으로 발효 및 숙성한다.
소비뇽 블랑 등 상당수의 화이트 품종은 상큼한 산미와 과일향, 풍성한 미네랄과 풀향기 등을 살리기 위해 오크 숙성을 자제하는 경향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