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재계 3세의 기를 살리자
경제가 위기다. 단순히 구호처럼 등장하는 1회성 문제제기가 아니다. 세계경제는 이미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고,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역동적으로 헤쳐온 것과 같은 동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의 마지막 보루인 재계는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4분기 경기전망을 보면, 내수에 이어 수출분야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총수가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재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닥인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최근 총수 사면론을 들고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재벌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과연 유효한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 재계의 위기는 사실상 정부가 자초한 면도 크기 때문이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이 현 정부의 최대 과제라면서도 재계의 손발을 묶어놓고 투자를 독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재계가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일군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등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항상 유효하다.
이와 함께 재계에 필요한 것은 3세대 경영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재계 1위와 3위, 5위인 기업을 보면 병원 입원, 구속, 노령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점에서 새로운 피가 수혈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창하며 도전과 실패, 투자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재계도 향후 경영의 중심이 될 3세대를 동참시켜야 한다. 재계의 역사를 보면 창업주들은 제외하더라도 2세대의 경우, 실패도 해보고 무엇인가 이룩한 것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재계 3세들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경영상에서 실패한 경험도 별로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제 재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 껏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재계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재계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형제간 또는 사촌간의 다툼이다.
효성은 차남이 지난 2월 자신의 지분을 외국계 회사에 싼값에 팔아버렸다. 이를 계기로 형제간 지분경쟁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들린다. 특히 차남은 그룹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등의 소송까지 냈다. 경제활성화에 동참은 커녕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SK도 비슷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최신원 회장과 최태원 회장간의 갈등이다. 최신원 회장은 장자승계를 주장하며 현재 SK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지분요구를 원하는 반면, 구속중인 최태원 회장은 요지부동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참고해야 할 만한 사례도 있다. 삼성과 CJ는 형제간 분쟁이 법정 갈등으로 이어졌지만,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에서 법정에 선처를 요구하며 화해모드에 돌입했다.
한때 혹독한 '형제의 난'을 겪었던 두산사례도 참고할 만한다. 두산은 박용만 회장이 그룹의 경영에 최고 책임자지만, 주요 사항이나 논란거리는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경영을 담당한 오너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가족분쟁을 겪거나 내재된 효성, 금호, SK 등도 이런 전례를 받아들여 화해에 나서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요청하는 경제활성화에 동참해야한다. 지금처럼 제살깍기식 분쟁은 재계에 대한 인식만 나쁘게 할 것이다. 새로운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