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여야의 세월호법 협상이 타결되면서 151일 만에 '입법 제로'의 오명을 벗고 국회가 본회의를 열었다.
이날 2시간 남짓 동안 90개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약 2분에 1개씩 법안 통과가 진행된 셈이다.
언뜻 보면 졸속 통과로 생각될 수 있다. 그간 세월호법 문제로 미뤄진 법안을 그냥 통과시켜버린 '비정상' 본회의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 수 있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회의 풍경은 원래 이렇다. 정상이 아닌 듯 보였던 이날 밤 풍경이 일상이다. 본회의 법안 통과 절차는 간단하다. 법안 설명 간략히 하고 의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버튼을 눌러 '찬성', '반대' 표결로 통과시키는 절차다. 물론 법안 통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정부 질문, 안건 토론 등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본회의 백미는 법안 통과다.
그렇다면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의원들은 그 짧은 시간 법안에 대해 제대로 알고 버튼을 누를까. 지난주 국회 입법조사처 주최 포럼에서 여당의 한 의원이 고백한 바 있다. "다른 의원들은 그렇게까지 하진 않지만 나는 상정된 법안 요지를 미리 보좌진에게 준비시켜 그 것을 읽고 들어간다" 다시 말해 본인은 대략이라도 법안 요지를 읽고 표결에 참여하는데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양심 고백이다.
여야 입장이 첨예한 법안이 아니면 본회의 표결은 요식 행위로 이뤄진다. 그래서 상임위 활동이 중요하다. 상임위에서 법안을 갈고 다듬어 내놓기 때문에 본회의장에 앉은 의원들이 각 상임위를 믿고 표결한다.
상임위 과신이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생활의 불편을 초래해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로명 주소법'도 그 중 하나다. 그럴 듯한 정부의 설득 명분에 넘어간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통과시켰고 유예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이제야 그 부작용을 우린 겪고 있다.
최근 여러 의원들이 구속됐던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불법 로비가 개입한 정황이 있는 것을 상임위 다른 의원들은 알지 못할 수 있다. 발의된 법안의 부작용은 의도적으로 숨어 있고, 장점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엉터리 법안이 의외로 쉽게 통과될 수도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한다. 국회의원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장에서도 앞으로 법안 요지 정도는 필독하고 표결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