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유독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비염 환자들이다. 코가 근질거리고 조금 지나면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꽉 막히는 등 코감기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감기와는 달리 열이나 기침 등의 다른 증상들이 없지만 쉰다고 해서 낫는 질환이 아니다 보니 더 괴롭다. 비염이 심해지면 두통이 생기거나 눈이 가렵고 충혈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예민해지기 쉽다.
비염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경우와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나오는 경우다. 전자는 몸 안에 냉기가 스며들고 그로 인해 호흡기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것이고, 후자는 체내의 과도한 열과 염증이 호흡기에 영향을 줘 코 속이 건조해지고 막혀 나타난 것이다. 흔히 비염은 다 똑같다고 여기기 쉬운데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에 대처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냉기로 인해 나타나는 맑은 콧물은 주로 음인들이 많이 겪는다. 특히 아침이면 콧물이 흐르는 게 심하다. 콧물 증상이 심하다면 코를 중심으로 약 10여분 정도 찜질을 하는 것도 좋다. 냉기가 빠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코의 상태가 크게 나아진다. 이 외에도 평소 자기 전과 일어난 후 배에 찜질팩을 대고 10분 이상 찜질하는 것도 좋다. 몸의 기혈을 활성화 해주기 때문에 아침에 코가 흐르는 증상이 많이 나아질 것이다. 여기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양파·생강·마늘 강황 등으로 만든 음식이나 차를 자주 먹어주면 좋다.
코가 막히고 열감이 느껴지는 비염은 양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말라붙은 진액을 보충하고, 막힌 열기를 식히고 뚫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속 열을 식혀야 하기 때문에 성질이 찬 본초들을 먹어주면 효과가 좋다.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배, 도라지가 여기에 해당하며 수세미 열매도 매우 좋다. 주로 매실청 담그듯 청으로 만들어 먹거나 말려서 차로 마신다. 성질이 차갑고 진액 보충에 뛰어나 비염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김소형 본초학 박사(김소형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