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27살 솔로 여성이에요. 전 재산이 얼마가 됐든지 상관없이 골프 치러 다니고 매일 비싼 음식 먹는 그런 행동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쓰는 건데 내가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내 남자가 된다거나 그 잠재적 가능성만 있어도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느껴져요. 자격지심인지, 자존심인지, 주눅 든 건지 모르겠어요. 제 전 연인들만 봐도 공장에서 일해서 학비 버는 선배 등 자수성가 스타일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부모 밑에서 돈 걱정 없이 편하게 누리고 산 사람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도 들고요. 이런 제가 이상하고 속도 좁아 보이고 답답해요. 현실에서는 이왕이면 돈 많은 게 좋은데 왜 그런 것들에 거부감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별보라)
Hey 별보라!
부자 부모 슬하에서 편하게 누리고 산 사람들에게 느끼는 거부감에 자괴감 느낄 필요 없어요.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가뜩이나 빈익빈 부익부 사회인데 내가 이렇게 노력해서 겨우 얻어낸 것을 쟤는 거저 가지면 '열심히 해 봤자 남 좋은 일 해주는 것' 같아 의욕도 잃고요. '하면 된다' 식의 긍정을 '해봤자 소용없다'로 만드는 비호감일 수밖에요.
하지만 '부자들은 아픔을 모른다'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인간으로서 뭔가 소중한 것을 잃는다'라는 것 또한 저질인 부자나 그 철없는 자식들을 매체에서 하도 많이 접해서 얻게 되는 선입견입니다.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의식과 개념이 있어 보여도 막상 사적 영역에서는 그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게 인간의 복잡한 민낯입니다.
'이왕이면 돈이 많은 게 좋다'와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다'도 인생을 겪는 과정에서 모두 수긍하게 될 겁니다.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과거 경험에 의한 자연스러운 판단을 하고 있을 뿐. 다만 제한된 경험이 야기하는 선입견에 영향 받지 않도록 새로운 상황에 기회를 더 줘야겠죠. '난 원래 이래'라며 신념으로 못 박기엔 아직 이릅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