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5개월 남짓 공전을 거듭한 끝에 국회가 열려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저질 막말과 파행의 연속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 가운데 예산심의와 함께 양대 임무이다. 특히 국정감사는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지금 국회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이러한 임무를 성실하고 진지하게 하려는 노력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여 야를 가릴 것 없이 막말과 말싸움을 벌이면서 정회가 빈발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거 청와대 얼라(어린이라는 뜻의 사투리)들이 하는 거냐! 며 여당 중진의원이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쟤(새정치 민주 연합 지칭)는 뭐든지 삐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고 적은 쪽지를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고받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되는 바람에 소속 상임위에서는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무위에서는 야당의원이 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당간사에게 "능력 없고 하기 싫으면 자리를 내놓고 나가라! 한국말 못 알아듣나?"라며 막말을 퍼부어 30분이나 넘게 파행을 보였다. 여기에다 어느 의원은 비키니를 입은 여성사진을 스마트 폰에 띄워 의원으로서 함량미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환노위와 교문위에서는 증인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말싸움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특히 기업인을 무더기로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채택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인의 증인채택은 진실규명 여부보다는 '군기잡기'에 가까운 '갑질'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비판도 받고 있다.
우선 기업인 증인 출석수가 해마다 늘어나 2011년 80명에서 2012년 164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77명에 달했다. 통상 10시간 이상 대기시키면서 질문은 1분 남짓하며 그것도 말 끊기가 다반사 이고 고함이나 호통 치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국감을 국민들이 공감할 리가 없는데 에도 국회는 여전히 구태를 못 벗어 던지고 있다.
이제 국정감사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때가 됐다. 특히 국감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실질적인 정책감사의 길을 열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를 참여시킬 수 도 있다. 국감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피감기관을 해당 상임위에서 선별해 표본감사를 하거나 윤번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 또한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온 의원에 대해서는 불공천 등 어떤 방법이든 징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의원특권'을 바탕으로 벌이는 지금과 같은 구태국감을 벗어날 수 없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