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이 쓴 '멀리서 빈다'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이다. 가을이 되면 이 시가 떠오른다. 나 역시 이맘때면 내 주위의 사람들이 '부디'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그만큼 가을은 아프기 쉬운 계절이다.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급격한 기온차가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은 냉기가 스며들기 쉽다. 아직은 옷차림이 가벼운데 비해 날씨는 갑자기 추워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식으로 추위에 자주 노출되면 몸 안에 냉기가 쌓이게 되는데 그 결과 오장육부의 활동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평소 자신이 약했던 장기에서부터 면역력이 약화된다.
기관지가 약했던 사람은 쉽게 감기에 걸리고, 간이나 신장이 약한 사람은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혈액순환이 나빠지기도 한다. 특히 한국은 냉기에 취약한 음 체질들이 많다.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에 탈이 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따로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것이 번거롭다면 평소 먹는 밥을 조금 바꿔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주면 좋다. 어려울 것도 없다. 자신에게 맞는 식재료를 넣어 끓인 뒤 밥 짓는 물로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평소 빈혈 기운이 있고 식은땀이 자주 나는 여성들은 당귀와 황기를 넣어 끓인 물을 활용할 수 있다. 당귀는 부족한 혈(血)을 더해주고 나쁜 피를 없애는 데 탁월한 재료다. 황기는 부족한 기를 끌어올려 온 몸을 활성화 시킨다.
황기와 당귀를 약 5:1의 비율로 넣는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인다. 원래 물의 1/3~1/2이 될 때까지 달이면 된다. 이 물을 넣고 밥을 지을 때 대추를 두어 개 넣어주면 기운을 보강하는 데 좋다. 평소 생리통이 심하고 생리불순 등이 있는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평소 몸에 열이 많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경우 구기자를 활용하면 좋다. 동의보감에도 피로하고 숨쉬기 힘든 것을 회복시키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돼있다. 구기자 물을 만들 때에는 찬 물에 구기자를 넣고 하룻밤 우려내면 된다. 구기자를 밥과 같이 먹어도 상관없으므로 함께 넣어 밥을 해도 좋다.
김소형 본초학 박사(김소형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