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도 다 음악이다"
고(故) 신해철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정치와 사회 문제가 모두 음악과 관련 있다'라는 그의 소신을 보여준다. MBC '100분 토론'에 그만큼 자주 나온 연예인은 없었다. 소위 '듣보잡' 국회의원보다도 더 자주 토론에 참여해 비정치인으로는 가장 인기있는 논객이었다.
서강대 철학과를 중퇴한 그는 항상 대학에서 공부를 안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의 음악엔 항상 '철학'이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끝없는 질문은 지금 30~40대에겐 많은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마치 친한 학교 선배를 잃은 듯한 이 슬픔을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가 국회에 진출해주길 원했다. 바른 말로 소신을 펼칠 기회를 갖길 바랐다. 우리 문화에는 정치에 본격 입문하면 타락한 것처럼 여기는 '정치 혐오'가 있다. 그런 정치 혐오를 타파하기 위해서도 그처럼 뛰어난 논객형 연예인이 정치를 했으면 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이 '지성'과 '소신' 그리고 '지도력'이라면 그는 모두 갖춘 드문 사람이다. 평소 말과 글로 보여주는 지성, 주위의 시선이나 대중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소신, '마왕' '교주'라 불릴만큼 독보적 카리스마를 갖췄다. 타고난 정치력을 펼칠 기회를 가졌어야 했다.
19대 들어 청년비례라는 이름으로 생각지도 못한 젊은 의원들이 탄생했다. 그들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그 정도의 비례대표성이라면 신해철이야말로 그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의 대표로 비례의원이 될 만했다. 지역구 의원은 보통 20만명의 대표성을 가진다. 팬을 포함해 정치적인 면에서 신해철을 지지하는 이는 10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언론 자유, 공교육, 인터넷 통제에 관한 그의 소신을 직접 입법자로서 펼쳤으면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데 그의 공이 더 컷으리라 본다.
본회의장에서 그의 연설을 볼 수 있기를 내심 꿈 꿨던 필자로선 사망 소식에 큰 아쉬움과 슬픔을 느꼈다. 바른 말을 하는 소신있는 정치인을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금이다. 신해철이라면 그 누구의 (심지어는 변덕 많은 대중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여의도엔 국민 눈치만 보는 정치인들보다 소신있게 국민을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의 독설과 소신 발언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었다.
14년 전 신해철이 '음반 불법 다운로드'를 주제로 대학 특강을 왔을 때, 질문을 한 적 있다. "음반은 돈 내고 듣자는 가수들은 정작 영화나 소프트웨어 불법 다운로드 안하냐"는 다소 도전적 질문이었다. 그는 주저없이 답했다. "미안하다. 나도 다운받아 보는데, 앞으론 안 그러겠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의도엔 그런 정치인이 필요하다. /유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