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초밥에는 대부분 고추냉이가 들어있다. 톡 쏘는 매운 맛 때문에 생선초밥이 더욱 맛있지만 매운 연기가 코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다면 싫어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생선초밥과 고추냉이는 반 강제적 결합이다.
생선회도 고추냉이와 함께 먹는다. 하지만 생선회를 먹을 때는 선택이 가능하다. 고추냉이가 싫으면 안 먹으면 그뿐이다. 그러나 생선초밥은 다르다. 굳이 생선 조각을 들어 밥 사이에 붙은 고추냉이를 제거해야 한다.
호불호가 분명하게 엇갈림에도 먹는 사람 선택에 맞기지 않고 생선초밥에 고추냉이를 집어넣는 까닭이 무엇일까?
지금은 고추냉이를 맛으로 먹는다. 코끝을 찌르는 알싸하고 매운 맛 때문에 빠져서는 안 되는 향신료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고추냉이가 들어간 계기는 맛보다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식중독 예방 소독제였다. 와사비(わさび)라고 하는 고추냉이는 옛날부터 일본에서 약초로 사용했다. 매운 맛과 특유의 휘발성분이 살균작용을 했기에 자칫 생선초밥이 일으킬 수 있는 식중독을 막으려고 고추냉이를 넣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생선초밥 만들 때 신선한 재료를 위생적으로 처리해 만들지만 일본에서 생선초밥이 대중적으로 퍼졌던 19세기에는 그렇지 못했다. 냉장고가 없었기에 얼음으로 짧은 시간 보관했으니 초밥 재료로 쓸 생선이 상하기 일쑤였다. 살짝 상한 생선이 식중독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그리고 상한 맛과 비린 맛을 잡아주기 위해 고추냉이를 넣었던 것이다.
때문에 예전 일본에서는 초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생선의 기름기가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고추냉이 사용량이 달랐다. 이를테면 오징어는 기름기가 적으니까 고추냉이를 적게 넣은 반면 전어나 고등어, 전갱이와 같은 등 푸른 생선으로 초밥을 만들 때는 고추냉이를 듬뿍 넣었다. 등 푸른 생선은 기름기가 많아서 다른 생선보다 쉽게 상하기 때문에 고추냉이를 많이 사용해서 식중독을 예방하고, 또 생선의 비린 맛을 제거했던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