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서른 초반 직장여성인 저는 몇 번의 연애 끝에 최근 대기업에 다니는 괜찮은 조건의 남자와 선을 봤습니다. 자기 명의의 집도 있고 수더분하니 좋은 사람입니다. 솔직히 뜨겁게 사랑할 것 같진 않지만 이 남자라면 편안하게 살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와는 결혼을 전제로 주말에 계속 보기는 하는데 얼마 전 일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저를 다시 찾아왔고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 고백했습니다. 그는 제가 열렬하게 사랑했던 남자라 이별과정이 힘들었고 사실 아직 완전히 그를 잊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혼상대로는 조건도 불안정적이고 주변에 여자도 많습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저는 어느 쪽 남자를 선택해야 행복할까요? (김선생)
Hey 김선생!
선 본 남자와 결혼하면 원했던 안정적인 생활을 얻겠지만 삶이 공허할 것 같고 전 남자친구를 선택하면 당장은 행복해도 계속 불안하겠죠. 마음 같아서는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정신이 들면 그런 건 어린애들 환상 같아 역시 결혼은 현실을 따져가며 해야 할 것 같고, 또 그러다가도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인생이 쓸쓸하게 느껴지죠. 열정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갖기 참 쉽지가 않아요.
한데 지금 비교하는 '조건'과 '열정' 역시도 각자 유동적이에요. 지금 조건이 좋아 보여도 결혼 후 살다 보면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그때도 그 남자 곁을 묵묵히 지킬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전 연인과 다시 맺어져도 행여 그가 예전 버릇 못 버리면 기대했던 사랑에 배신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어느 쪽 남자를 선택하면 행복해지냐는 것은 주사위 던지기 같은 것입니다. 선택의 기준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죠. 이 사람하고 라면 그 어떤 일이 생겨도 같이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의 의지 문제 아닐까요? 이 남자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이 남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다, 정도의 자연스런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 한 둘 다 위태로워 보입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