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경제대국·문화강국이다.
유럽 경제의 실질적 맹주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바하, 베토벤, 슈베르트의 고향에 걸맞게 화려한 문화예술을 자랑한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을 제치고 국가이미지 챔피언에도 올랐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업인 GfK의 올해 국가브랜드지수(NBISM)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2009년부터 이 조사에서 수위를 지켜온 미국을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등극했다. 정직하고 유능한 정부, 사회적 평등은 물론 문화적인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평가다.
이같은 독일이 최근에는 게임강국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게임을 문화 산업으로 재인식한 독일 지방 정부들이 10여 년 전 부터 경쟁적으로 게임을 키우기 시작한 덕분이다. 1990년대 말 만해도 독일에는 변변한 게임회사가 거의 없었으나 현재는 무려 300여개의 게임업체가 활동중이다.
독일 지방정부들은 한국 게임업체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연방주가 오는 21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14'에서 한국 게임사 유치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지스타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었던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연방주에 이어 두 번째다.
미하엘 리베 독일 베를린 인터내셔널 게임스 위크 조직위원장은 "독일은 국가적으로 게임을 문화 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때 게임 강국이었던 한국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K-팝 수출액의 무려 11배가 넘으며 국내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 문화 산업의 성장을 정부가 앞장서(?) 가로막고 있다. 2011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밤 12시 넘어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성인들에게 해가 된다며 웹보드게임 규제 도입을 강행했다.
국회에서도 게임을 마약·술·도박과 묶어 4대 중독 물질로 규정·관리해야 한다는 법안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한국 게임 시장 규모(9조7525억원)는 전년에 비해 -0.3% 감소해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13위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의 국가이미지 순위도 겨우 27위에 불과하다. 게임을 문화산업이 아닌 '마약' 취급하는 한 독일과 같은 국가 이미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