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양조 과정의 핵심인 발효에서는 두가지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포도알에 포함된 당분이 효모의 작용으로 알코올로 바뀌는 '발효'(Fermentation)와 포도 껍질에 포함된 색소와 탄닌을 우려내는 '침용'(Maceration)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포도를 수확한 후 으깨어지고 줄기가 제거된 후 거대한 오크나 스테인리스, 또는 콘크리트 통에서 발효된다. 발효가 끝나면 6개월 이상 장기간의 숙성 과정에 들어간다.
그러나 보졸레누보는 그만의 독특한 발효 시스템을 갖고 있다. 탄산 침용법(Carbonic Maceration)이 그것이다. 보졸레누보 원료 품종인 가메(Gamay)의 특징에 맞춰진 방식이다.
탄산 침용법은 수확한 포도를 송이째 밀폐된 탱크에 넣고 5일 내외의 기간 동안 발효와 침용을 동시에 일으킨다. 와이너리에 따라 탱크에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채우기도 하고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쌓인 포도는 포도 자체의 무게와 가스로 인한 압력으로 인해 밑에서부터 으깨어지고 포도즙이 흘러 나온다. 예정된 날짜가 되면 탱크 속에 남은 포도를 프레스로 압착해 원액을 뽑아내고 이들을 모두 섞는다. 전통적인 발효법과 탄산 침용법을 혼용한 '세미 탄산 침용법'을 쓰기도 한다.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껍질의 색소는 그리 많이 추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졸레누보는 분홍빛을 띈 적자색을 보인다. 알코올 도수도 높지 않다. 탄닌도 적어 떯은 맛이 약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액을 오크통에 넣고 5주 동안의 숙성을 거친다. 통에 잠깐 머무르기 때문에 부케(오크향 등 숙성 기간에 스며드는 향기)는 거의 없다. 대신 포도 자체가 가진 향, 즉 아로마가 강하다. 블루베리나 복숭아 등 과일향과 꽃향기가 풍부하다.
이번주 목요일이면 2014년 빈티지의 보졸레누보가 시판된다. 와인 열기가 대단했던 수년 전에는 병당 최하 3만원을 호가했으나 가격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많이 착해져서 1만원 내외의 가격대도 많다. 유명 와이너리 제품이 아니라면 품질 차이가 크지 않으니 두세병 사 들고 보리차 마시듯 음미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