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 한화자산운용 equity사업본부 Equity리서치파트 매니저
로봇은 체코어로 일하다의 뜻을 가진 'robota' 에서 유래되었으며, 체코의 극작가 차페크가 쓴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95년간 인간을 능가하는 이 능력자들은 꾸준히 상상속에서 그들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로봇은 더이상 상상속의 존재가 아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세계 경제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미래 사업으로 부상한 로봇 산업
로봇 기술은 현재 초기인 산업로봇의 단계를 거쳐 로봇청소기로 대표되는 자율로봇의 단계까지 진화했다. 이후 단계로 거론되는 지능형 로봇의 시대도 곧 상용화 될 전망이다. 로봇의 진화는 최근 들어 유난히 속도를 내고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에서 넘어서 글로벌 CEO들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연간 11% 이상 성장하며 2012년 기준 133억 달러로 추산되는 전세계 로봇시장은 성장속도가 빨라지며 2020년 8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기업들, 또는 인력을 대체해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려는 기업들, 때로는 무인자동차 같은 궁극의 편의를 먼저 시현하려는 혁신적인 기업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되고 있다.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말하는 로봇 '페퍼'를 2015년 2월부터 시중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은 키 1.2미터, 무게 28㎏의 인간 형상이다. 인간과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면에서 특화됐다.
소프트뱅크는 페퍼의 OS 소스를 오픈해 안드로이드처럼 수많은 개발자가 참여, 스스로 진화하는 생태계를 형성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페퍼의 가격을 200만원으로 설정한 것은 '로봇 Operating System' 사업을 위한 플랫폼의 확보 차원이기 때문이다.
인텔도 지난 9월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일반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로봇 '지미'를 선보였다. 지미 로봇키트를 구성하는 프로세서, 모터 등 핵심부품은 모두 인텔 제품이다.
오픈소스와 쉬운 설계로 개인용 로봇 지미가 보급될 경우, 인텔에게 PC시장의 영광을 다시 안겨줄 효자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생활 밀접형 로봇 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응인 셈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3년 12월 이미 무인택배기, 드론을 이용한 배송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에어'서비스가 현실화되기 앞서 지난 9월말 국제적인 물류배송업체인 독일의 DHL이 세계 최초로 무인기(드론) 배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파슬콥터'라는 이름의 드론을 통해 독일 북부의 작은 섬에 약품을 비롯한 긴급구호품 배달에 성공했다.
구글은 지난 1년간 무려 10여 개의 로봇 관련업체를 인수했다. 구글의 로봇사업이 모두의 관심사가 된 것은 2013년 8월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해 치타, 지네 심지어 벼룩 등 각종 동물의 움직임을 그대로 본 딴 로봇들은 어떤 지형, 어떤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향후 군사적, 상업적으로 응용 범위가 광범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로봇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제1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2009~2013년)에 이어 지난 8월 제2차 지능형로봇기본계획(2014~2018년)을 발표했다.
2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재난대응로봇과 로봇헬스타운 등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전문 서비스용 로봇분야를 육성하고, 로봇과 타산업간 융복합의 기회를 여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2012년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로봇시장은 2018년까지 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로봇기업 수는 402개에서 6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트렌드는 필연적으로 로봇을 원한다
로봇이 매력적인 미래사업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와 자원의 생산성 한계 봉착 ▲자원고갈을 대비한 에너지 효율에 대한 관심 증가 ▲기후변화로 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자연재해 등 이 시대 메가트렌드의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로봇이 현실이 되며 인류가 큰 발걸음으로 새로운 시대을 열어가는 것을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 우리는 하반신 마비환자인 한 청년의 기적과 같은 시축을 볼 수 있었다. 그와 전세계 축구팬에게 이런 감동을 선물한 것은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다. 그는 뇌파를 감지해 다리를 움직여주는 로봇 슈트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박차고 일어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공을 찰 수 있었다. 영화속의 아이언맨은 현실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