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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개관, 그러나…



지난해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시대 노동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구로공단의 역사를 전승하고,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한 여성 노동자들의 공로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먼저 지하 1층에 '공순이'라 멸시받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쪽방들이 줄지어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때문에 '벌집' 혹은 '닭장집'이라 불렀는데 성인 한두 명만 누워도 꽉 찰 정도다.

지상층에는 노동자들의 공장 밖 생활을 비롯해 영어 공부를 한다든지 야학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묘사해놨다. 영어 단어를 몰라 상표 하나 제대로 붙일 수 없던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학구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시설의 이름에 자꾸만 눈이 간다. 노동자, 특히 공장 노동자의 생활을 '체험'한다는 말이 과연 무슨 뜻일까? 공장 노동자의 생활과 삶이란 것을 이런 곳에 와서 '체험'해봐야 할 정도로 노동자의 생활이란 게 이제는 접하기 힘든 역사책 속의 일이 되어버린 것일까?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지금도 벌집들이 여럿 남아 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도시빈민이나 이주노동자, 특히 중국 동포들이 여전히 삶을 일구어가는 터전이다.

지난 1960~70년대보다는 나아진 듯하지만 이 시대 노동자들의 현실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32.1%에 달하는 591만여 명이 비정규직이다. 50년 전에는 '공순이', 50년 뒤에는 '비정규직' 인생살이인 셈이다.

더욱이 작업 중 다치면 산재보험 적용은커녕 급여도 받지 못하고 내쫓기는 이주노동자나 수십 잔의 커피를 팔아야 겨우 커피 한 잔 값을 버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삶은 통계에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노동자의 사회적 위상과 의미에 시선을 주려는 시도가 반갑기는 하다. 그러나 양상은 다를지언정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 땅의 노동 현실을 마치 다 지나간 일처럼 다루는 듯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을 돌아보다 보면 씁쓸한 생각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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