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직장 여자 후배와의 관계가 괴롭습니다. 저희 팀은 팀장, 남자 동기와 저, 그리고 일 년 뒤 입사한 여자 후배가 있습니다. 그녀는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쓸데없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지만 저와 가끔 상사 뒷담화 정도는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와 친한 다른 팀 남자동료가 그 후배와 비밀 사내연애 중인 걸 알았어요. 잘 지내왔던 그 남자 동료는 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 여자 후배는 친한 여자 동기와 제 험담을 하다가도 같이 있을 땐 잘 따르는 척합니다. 과민해지지 않으려 해도 가끔 감정이 불편합니다.(거룩한 밥)
Hey 거룩한 밥!
당신이 그녀와 가끔 상사 뒷담화를 하는 것처럼 그녀 역시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당신의 뒷담화를 할 개연성이 있는 것뿐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직장이라는 곳은 대개 만인이 만인에 대해 뒷담화를 까는 곳입니다. 안 그러면 원래 잘 맞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어떻게 버텨가며 일하겠습니까.
경력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동성 선배는 제 잘난 후배 입장에서는 '쟤보다 차라리 내가 낫다' 같은 도전심리를 부추기는 존재입니다. 더구나 이젠 남자 친구의 친한 이성친구로 보이니 여자로서의 경계심마저 생기죠. 사실 당신보다 그녀가 훨씬 더 마음이 복잡하고 질투 나고 신경 쓰이고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 미운 마음을 숨기려고 겉으로는 더 끔찍하게 잘할 수밖에 없죠.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건 당신이 그녀의 선배라는 점. 후배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너무 소모적이고 영양가 없지 않습니까? 여자 후배의 동기들은 어차피 내게 아무 영향 안주니 신경 끄고요, 친했던 남자 동기와의 관계를 아쉬워할 것도 없고요, 다만 그 여자 후배가 일로써 나를 넘보지 않도록 선배로서 경계를 확실히 긋고 동시에 팀장의 확고한 신임을 받아 더 많은 팀 내 권한을 확보해야겠습니다. 고얀 후배를 다루는 선배의 권위는 인간적인 친근함이나 이해심이 아닙니다. 객관적 유능함과 확고한 상하관계의 인정에서 비롯되지요.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