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는 억울한 생선이다. 맛과 관계없이 생김새 때문에 모진 구박을 받았다. 우리는 예전 아귀를 잡으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집어던져 물텀벙이란 별명을 얻었다지만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아귀를 가난한 사람이 먹는 바다가재(poor man's lobster)라고 했다.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리지만 바다가재처럼 맛은 좋아도 여유 있는 사람은 사먹지 않는 생선이라는 뜻이니 결코 좋은 소리는 아니다. 사람들 편견도 대단했다. 못생기면 성질도 음흉하다고 생각하는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선 이름에 꺼림칙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말 아귀만 해도 배고픈 귀신이라는 뜻이다. 배가 엄청 커서 많이 먹어야 하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만 해 음식을 삼키지 못하니 늘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지옥의 배고픈 귀신, 아귀(餓鬼)에서 이름을 따왔다. 영어 이름은 몽크피시(monkfish)다. 수도승을 뜻하는 몽크를 닮았다고 지은 이름이니 얼핏 경건한 것 같지만 바다 속에 음흉하게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검은 망토를 둘러 쓴 음산하고 스산한 모습의 중세 수도승 같아서 얻은 이름이다.
프랑스에서는 아귀를 롯데(Lotte)라고 부른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과 이름이 같다. 웬일로 이런 예쁜 이름을 지었을까 싶지만 아리따운 아가씨 롯데와는 어원이 다르다. 여자 이름 롯데는 샤롯데(Charlotte)의 줄임말이고 아귀라고 할 때의 롯데는 "입이 크다"는 고대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일본말로는 안고(あんこう)라고 하고 한자로는 안강(鮟鱇)이라고 쓴다. 가만히 웅크리고 숨어있다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에서 따온 말이라고 하는데 역시 음흉하다는 이미지가 담겨있다. 안강망 어업이 바로 아귀의 사냥 습성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아귀를 하마어(哈?魚)라고 하는데 두꺼비를 닮은 물고기라는 뜻이다.
이랬던 아귀가 지금은 값비싼 생선이 됐다. 역시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 추운 겨울에는 아귀찜이 맛있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