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 대형마트가 줄줄이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업계 2위를 지키고 있던 터라 유통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빅뉴스감이다.
홈플러스는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와 삼성물산이 합작해 '삼성 홈플러스'로 출발했고, 이후 테스코가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순수 외국계 기업으로 거듭난 바 있다. 그러나 초창기 브랜드였던 '삼성 홈플러스'라는 이름 때문에 지금도 삼성 계열사로 오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 그룹의 좋은 이미지가 홈플러스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기자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인수한 삼성자동차가 '르노삼성'으로 재탄생해 성장한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가 출범 당시 심어 놨던 좋은 이미지는 한동안 르노삼성 성장에 큰 도움을 줬고, 이 때문에 아직도 르노삼성은 삼성그룹의 CI를 따른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효과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홈플러스의 일부 직원은 고객에게 돌아갈 경품을 가로채는가 하면,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했음은 물론이다.
르노삼성의 경우는 지난 2008년 차량 결함을 숨겼다가 뒤늦게 리콜에 나서면서 체면을 크게 구긴 바 있다. 당시 르노삼성 홍보실에 근무했던 직원은 "쏟아져 나오는 기사와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후 르노삼성의 점유율은 추락을 거듭했고 브랜드 이미지 또한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르노삼성은 지난해보다 판매가 늘면서 한시름 놓은 상황이지만, 사실상 판매 증가는 스페인에서 수입해 파는 QM3 덕분이다.
오는 2020년까지 돼 있는 삼성그룹과의 브랜드 사용 계약의 연장 여부도 관심거리다. 2020년 이후에도 '르노삼성'이라는 이름을 볼 수 있을까. 홈플러스의 이미지 추락은 르노삼성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