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국고보조금제도가 새삼스럽게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발전을 위해 정책개발에 쓰도록 지원해주는 국고보조금이 본래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게 사용돼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정당은 자발적 결사체이기 때문에 원리상 국고를 지원받는 것이 맞지 않는다"며 "법 개정을 통해 정당이 자유로운 모금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국고사용실태를 엄격히 감시하고 점차적으로는 끊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극단적으로 폐지론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새정치연합의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도당위원장인 박수현 의원과 함께 작성한 '당혁신보고서'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당대표의 정치자금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을 만큼 정상적으로 쓰이지 못했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고 차명계좌를 통해 이 돈을 돌려받아 선거경비로 사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새누리당도 2012년 정책개발 용도로 썼다고 신고한 다음 다른 용도로 쓴 사실이 밝혀져 이듬해에 1억3000만원을 삭감 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을 당직자와 당원들의 유흥업소 술값으로 썼다는 증언도 나오고, 당 지도부의 회식비나 화환 값은 물론 당원단합대회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정당 국고보조금은 지난 1980년 이후 33년간 1조원이 넘게 지원됐으나 사용내역이 제대로 공개된 일이 없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4~2013)정당 국고보조금을 불법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51건에 13억4542만원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몇 배가 될지도 모른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내란선동혐의를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해산심판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에도 어김없이 지원돼오고 있다. 올해에만 61억 원이 나갔다. 따라서 정당국고보조금은 이제 본래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 전면적으로 손질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자정(自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정당은 사용내역서를 추호의 오해가 없도록 공개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변칙으로 지출했을 경우 지금의 2배정도 삭감규모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불이익을 더 줄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만이라도 투명하게 쓸 줄 알아야 정치권이 신뢰회복의 길이 열린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