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00년 전,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영이 이웃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마침 제나라 사람이 도둑질을 하다 붙잡혔다. 초왕이 안영에게 빈정거리며 물었다.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 도둑질을 잘하냐?" 그러자 안영이 대답했다. "강남 귤을 강북으로 옮겨 놓으면 탱자가 되는데 그것은 토질과 물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제나라에서는 도둑질을 모르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을 보면 초나라 풍토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 한자로 남귤북지(南橘北枳)라고 한다.
서울의 한강처럼 중국의 강남북을 구분 짓는 기준은 회하(淮河)라는 강이다. 화남(華南)과 화북(華北)을 가르는 기준이다. 황하와 양자강 사이를 흐르는 강으로 중원이라고 하는 중앙의 하남성을 지나 안휘성과 강소성을 거치며 황해로 빠지는데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강이다.
그런데 강남 귤이 강북으로 가면 진짜 탱자가 될 수 있을까? 지금 상식으로는 터무니없다.
귤과 탱자는 맛도 다를뿐더러 종자 자체가 아예 다르다. 식물분류체계상 귤은 운향과 감귤속에 속하는 과일이고 탱자는 운향과 탱자속의 열매다.
반면 생김새는 아주 비슷하다. 그러니 2,500년 전에는 같은 종류의 열매로 오해했을 수 있다. 그러니 토양과 물에 따라 맺는 열매가 달라져 강남 귤이 강북에서는 탱자가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옛 사람들이 강남 귤이 강북가면 탱자가 된다고 믿었을만한 이유는 있다.
과학적으로 회하가 중국 귤 재배의 북방 한계선이었기 때문이다. 강북에서는 귤이 자라지 못하고 탱자만 자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남 영암 월출산이 귤과 탱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월출산 북쪽 끝이 회하와 일직선이 된다며 중국은 강남 귤이 강북 가면 탱자가 되지만 우리는 월출산을 넘으면 탱자로 바뀐다고 했다, 무심코 흘려듣는 옛말이자만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