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와인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던 해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만큼은 '호들갑'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였던 와인 열풍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와인 마니아 층도 두터워졌고 이들을 중심으로 와인 지식과 경험도 풍부해졌다. 수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와인 문화'가 한층 성숙된 것이다.
한국이 '술 권하는 사회'임은 변함 없지만 이제 더 이상 '술 취하는 사회'는 아니란 것도 와인 대중화에 한 몫 했다. 와인은 값 싸게 '우아함'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됐다.
와인의 대중화는 2015년에 가속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착해졌다. 칠레 와인의 경우 FTA의 효과로 1만원 미만의 와인이 널렸다. 이마트에서 7000원이면 사는 G7 브랜드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 절정이다. 호주 와인도 지난 12일부터 관세가 없어져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을 넓힐 것이다. 이미 가격은 20% 이상 낮아진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 요즘 정가를 주고 와인을 사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 50%는 기본, 80~90% 할인 행사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와인 냉장고를 갖춘 마니아들은 이 시기에 수십병의 와인을 산다.
싼 가격의 와인이 잘 팔리는 이유는 그 만큼 와인 품질 또한 좋아졌기 때문이다. 품질의 향상이 와인 대중화를 이끄는 견인차가 됐다. 양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남반구에 위치한 와인 신세계 즉, 칠레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공은 세계 시장에서도 어깨를 견줄 만큼의 품질을 확보했다. 게다가 포도나무 재배에 적합한 기후까지 갖추고 있다. 농사가 잘 되는데다 기술까지 좋아지니 매년 싸고 맛좋은 와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프랑스를 위시한 구세계 와인의 타격이 크다. 유럽은 날씨 변덕이 심해 매해 와인의 품질이 제각각이고 편차가 크다. 품질을 보증하는 그랑크뤼 와인이 아니라면 굳이 유럽 와인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히려 비싸게 샀는데 맛은 실패해 기분을 더럽히는 경우까지 생기니 아무리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라도 모르는 브랜드이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값싼 와인은 신세계 것을 사라'는 게 공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