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술 좋아하는 기혼 팀장님은 회식 때면 늘 달리다가 한 명, 한 명에게 싫은 소리를 합니다. 업무적인 부분은 받아들일 부분도 있지만 남자친구, 취향 등 사적인 문제를 이때다 싶어 쏟아붓거나 후배들에게 욕하거나 인사권으로 협박하는 것은 참기가 힘듭니다. 다음날 얘기해도 필름이 끊겨서 전혀 모르겠다며 상처 줬다면 미안하다고 합니다.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면 대충 풀리지만 술자리가 다가오면 두렵습니다. 이 정도 일은 어느 회사에서나 감당할 수준일 수도 있지만 그 분은 회식 후 개운해진 상태로 웃으면서 일하고 제 안엔 분노가 쌓입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거겠죠. (술이 웬수)
Hey 술이 웬수!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모욕감·굴욕감·억울함을 느껴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너무 예민한 게 아니라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섬세할 뿐입니다.
두 가지 대응방향이 있습니다. 감각을 둔하게 하거나 혹은 섬세함을 행동으로 구체화시키거나. 전자는 팀장을 나약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용서함으로써 나를 오히려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를 너무 미워하면 나를 괴롭히는 일이기에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또 시작이구나'라고 태풍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미움이 점점 더해져서 자칫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지는 것이 현실적으론 더 억울하니깐요.
후자는 혼자 독을 쌓지 말고 외부로 풀어내는 방법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 스트레스로 업무에 지장이 될 정도라면 같이 당하는 동료들과 함께 얘기해서 대책을 강구하거나 그 정황을 몰래 녹음해두고, 필요하다면 인사담당자와 공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출석을 강요 당하는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기에 술은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우선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개인적으로 감당될지 입장 정리를 해야겠지요. 하 확실한 건 이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팀장이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될 문제라는 점입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