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외이사제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국제통화기금) 권고로 1998년부터 도입된 사외이사제가 아직까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땅콩 회항'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화살이 던져지고 있다. 함량미달의 세습경영을 사외이사들이 조금이라도 견제해줬으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수면위로 올라오지는 않았어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우, 앞으로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한전 부지를 매입하는데 아무런 견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 소액주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제는 기업의 경영감시를 통해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해 공정한 경쟁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대주주의 '왕조경영'을 돕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시행된 지 17년이 되어도 99% 찬성에 부결은 1%도 안 된다.
이러한 가운데 처우는 한 달에 2~3번 회의에 참석하고 연봉 1억원에 가까운 곳도 있고 대체로 5천만원 안팎이다. 따라서 사외이사를 '신이 내린 부업'으로 부르고 있다. '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퇴직공무원과 기업인 언론인 등 외부전문가로 선임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선에 기여한 공로자들이 대거 포진하기도 하고 법정공방의 '방패역 로비스트'나 '보험용 퇴직관료'가 가세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직무에 사명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사외이사제가 허울만 갖췄을 뿐 본래의 취지를 조금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사외이사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이 법적으로 소송이 제기될 때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감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구성을 독일의 감독이사회와 같은 방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채권단,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노조 또는 노조에서 추천하는 인사 등으로 3분의 1을 채우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임기를 단임제로 해 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된 입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사외이사제는 오히려 기업의 부실경영을 촉진시킬 뿐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