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은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결정할 전망입니다. 백척간두에 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14일(현지 시간) ECJ가 1차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012년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OMT)을 고안했습니다. 유로존 맹주 노릇을 하는 독일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유로존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연합조약에는 ECB가 회원국 정부에 직접 돈을 빌려줘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OMT는 이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것이 독일의 주장입니다.
OMT가 시행되면 결국 자기들 같은 부자 회원국 돈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회원국으로 무상 이전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 국채 매입을 통해 ECB로부터 유로화를 공급받은 그리스 등이 그 돈을 되 갚을 지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날 위헌 판정이 나면 ECB의 국채매입 계획은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유로존 경제는 이른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하락)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유로존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디플레를 타개하려면 결국 돈을 더 많이 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 가치는 떨어지고 물건 값이 정상수준을 회복하면서 기업의 생산의욕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연 0.05%로 사실상 제로수준이어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한계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드라기 총재도 미국이나 일본, 영국처럼 국채를 마구 사들이는 '양적완화'라는 비 전통적 수단을 마지막으로 해보려는 것인데, 이게 위헌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더이상 방법이 없게 되는 셈이지요.
만약, ECJ가 OMT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다면 드라기 총재 뿐 아니라 금융시장도 일단 환호할 것입니다. 유로존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도 반등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ECJ 안팎 분위기는 대략 6 대 4 정도로 합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