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저는 3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장차 그것을 업으로 하고 싶었던 와중에 꾸준히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렸던 글을 몇몇 출판사에서 보고 책을 내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솔직히 좀 기뻤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조건을 보자니 저자의 인세는 참 미미하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알아봐서 출판사 사업자등록을 했고 저의 출판사에서 직접 제 책을 출판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제게 낫지 않을까요? (주판알)
Hey 주판알!
결과적으로 어떻게 하든 당신의 자유지만 저라면 그렇게 안 할 것 같습니다. 첫째, 저자에게 아무리 많아 봐야 책 정가의 10%를 인세로 주는데 이것이 저자 입장에선 적을지 모르나 당신은 글에서 신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출판사 경영, 즉 편집이나 영업에 대해서도 아직 전문성이 없습니다. 외주로 그 부분 충당하려면 사실 그들보다 더 많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요.
둘째, 지금 나의 글은 원석에 불과합니다. 나의 글이 독자를 위한 상품이 되려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매만져줄 제3자가 필수입니다. 자기객관화가 안 된 글쓰기는 자멸하는데 그 역할은 나를 저자로서 단련시켜줄 전문적인 출판사 편집자의 몫입니다.
셋째, 책이 잘 팔릴 경우 그 돈을 내가 다 가지고 싶어 내 출판사 낼 생각이지만 문제는 이게 막상 내 사업이 되면 자기 돈 투자하는 일에 주저하게 됩니다. 저자인 나는 더 투자를 하길 바라지만 출판사 사장인 나는 최대한 비용을 절약하고 모험하지 않으려 하죠. 그런데 무명 저자의 첫 책이 대박칠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출판사에서 자기 책을 내면 사람들은 그걸 '자비출판'이라며 정식 저자로 인정해주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고 싶다면 글을 잘 쓰는 일에만 집중해도 에너지와 시간이 모자랍니다. 글은 어찌나 정직한지 일확천금의 가능성을 꿈꾸며 글을 쓰면 그 마음이 고스란히 글에 반영돼 애초 글을 쓰려던 이유를 상실하고 맙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