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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까맣게 잊혀진 '씨랜드 참사'



경기도 화성시와 황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궁평항은 낙조가 참 유려한 곳 중 하나다. 화성 8경 중 으뜸으로 꼽힐 정도인데 근처에 있는 궁평리 해수욕장과 궁평 유원지가 특히 붐빈다.

그런데 이곳을 찾을 때면 그 아름다움 너머로 늘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1999년 6월 30일 궁평항에서 멀지 않은 한 청소년수련원에서 발생했던 화재로, 수련원의 이름을 따 '씨랜드 참사'라 부르는 사건이다.

당시 불은 19명의 유치원생을 비롯해 23명이 목숨을 앗아갔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그리고 교사 등 모두 544명이 머무르고 있었기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전기 누전이나 방 안에 펴둔 모기향 불이 이불로 옮겨 붙었을 것이라 추정만 할 뿐 정확한 화재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런 사고가 대개 그렇듯 각종 인허가 비리와 안전 불감증에 있었다.

씨랜드는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2~3층으로 쌓아 올려 만든 임시 건물이었기에 애초부터 청소년수련원으로 이용하기에는 여러 위험 요소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허가가 날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에 비리가 끼어든 탓이다. 또 인화성 물질이 많기도 했거니와 화재경보기와 소화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화재경보기는 불량품이었고 소화기는 고장 난 게 태반이었다. 예고된 인재였다.

당시 언론은 경기 마도초등학교의 김영재 교사가 4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을 구하고 자신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미담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그렇게, 열 가지 불행 속에 피어난 한 가지 감동적인 스토리에만 집중해도 괜찮은 걸까?

씨랜드 참사와 비슷한 일들은 구체적 양상만 다를 뿐 그 뒤에도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엔 수백 명의 학생과 시민이 타고 있던 세월호가 침몰했으나 제 발로 탈출한 이들만 있었을 뿐 구조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며칠 전에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13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하기사 씨랜드 소유주이자 시설운영자였던 박 모 씨가 씨랜드 참사현장 바로 옆에서 또 불법 시설물로 꾸며진 야영장을 조성해 운영하다 적발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각종 인허가 비리와 안전불감증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미명 아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마저 내던져버리는 세태 속에 계속되고 있는 한국형 인재들….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앞두고 있다는 요즘이지만 불안하기만 한 사회에서 4만불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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