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듯해야 할 어린이집이 가장 위험하고 추운 곳이 됐다. 이번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네 살 아이를 폭행하는 CCTV 동영상을 본 국민은 너나할 것 없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분개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 일반화 된지 오래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보육수준은 오히려 퇴보하다 못해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사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100건에서 2013년에는 두 배가 넘는 232건이 발생했다.
어린이집수는 1993년 5490곳에서 현재 4만3752곳으로 늘어났다. 영·유아 140만 9000명이 이곳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이제 어린이집은 누구나 아이를 맡겨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그러나 보육수준은 이번 사태에서 보여주듯이 참담하다. 물론 모범적인 어린이집도 있기는 하나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기기에는 너무나 미더움이 멀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 예산만도 6조원이 투입됐다. 놀라운 점은 이번에 사고가 난 어린이집이 복지부에서 받은 평가가 100점 만점에 95.36점이나 된다. 무슨 근거로 이와 같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이번 폭행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관리대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사생활 침해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보육현장에 CCTV를 달아 감시할 필요가 있다. 보육교사보다 다수의 어린이 인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립절차와 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보육교사의 자질강화가 시급하다. 어린이는 그야말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고 구김 없이 키워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보육교사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월 150~16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복지수준을 높여 우수한 보육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자격증제도도 대폭 보완해 '함량미달'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학력이나 전공도 중요하지만 이번 시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인성을 중시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계형으로 난립된 사립 어린이집을 줄일 수 있도록 국·공립 어린이집을 적극 설립해야 한다. 비록 많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우선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도 어린이집이 보다 안전하고 따듯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