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경마 모습./뉴시스
'칠전팔기' 입법 굴욕…국회도 마사회는 못 건드린다
논란 중인 화상경마장 이전 문제…19대국회 3년간 마사회법 개정노력 '허탕'
칠전팔기(七顚八起). 권투 이야기가 아니다. 도심 내 화상경마장 이전을 위해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분투 중인 국회의원들 이야기다. 19대국회는 출범 직후부터 시작해 임기의 4분의 3을 향해가는 23일 현재까지 수차례에 걸쳐 한국마사회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통과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은 기필코 관철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가망은 없어 보인다. 18대국회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가 '임기만료폐기' 처분을 당했다. 헌법 개정 권한까지 가진 국회에게도 마사회는 버거운 상대다. 가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화상경마장 문제는 2014년 6월 용산 화상경마장이 '시범개장' 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근 성심여중·고 학생·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며 이전을 요구하고 나선 뒤부터다. 성심여중·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다. 2013년 12월 취임한 현명관 마사회장은 삼성그룹 출신으로 박 대통령 자문그룹의 멤버다. 등하교길이 두렵다는 박 대통령 후배들과 친박(친박근혜) 원로 간 대립 구도는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 화상경마장 문제는 19대국회 출범 직후 국회의원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했다. 전국에 산재한 30여개의 화상경마장 인근 주민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민원을 제기한 결과였다.
2012년 6월 가장 먼저 김동철 의원 등이 개정안을 냈다. 학교나 주택으로부터 200m 이내로 제한했던 입지 규제를 2km로 늘리자는 게 골자였다. 개정안은 농림수산식품위원회(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상정됐지만 상임위 전문위원이 부정적인 검토보고서를 내면서 사실상 멈춰 섰다. 이 전문위원은 "기존의 화상경마장 30개소를 이전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마사회가 도심에 있는 기존 화상경마장을 외곽으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박인숙 의원 등이 1km로 제한 거리를 축소해 다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검토보고서에 막혔다. 이유는 이전과 같았다. 2013년 6월에는 김광진 의원 등이 화상경마장 설치·이전·변경에 주민동의 절차를 추가하자는 개정안을 냈지만 형평성 등을 이유로 검토단계에서 막혔다. 2013년 12월 용산이 지역구인 진영 의원 등이 마사회의 이전 계획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전계획을 국회에 강제로 보고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또 막혔다. 2014년 2월에는 박범계 의원 등이 2km 거리제한과 이전계획 강제 보고를 함께 담아 개정안을 냈고, 같은 해 10월에는 이학영 의원 등이 3년 내 화상경매장 완전 폐지를 담은 개정안을 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폐해를 지적하는 검토보고서에 막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입법과정에 정통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상임위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를 판결문처럼 생각한다"며 "전문위원들이 관련 기관이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면 법안은 그걸로 끝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사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실제 현 회장 이전에도 소관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직전 장관과 소관 상임위원장 출신이 회장을 맡았을 정도였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심지어는 마사회가 청와대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할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