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저지 실패론 '봇물'
허망한 통일대박론
박근혜정부의 최대 히트상품인 '통일대박론'이 출시 1년여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제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전 미국 국무부 관리의 돌직구 발언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핵심은 북한의 핵무장 저지 실패론이다. 핵무장에 성공한 북한이 아쉬울 게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한국의 대북정책 결정권을 장악한 군 출신 안보라인에게 북핵저지는 제1목표지만 실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열쇠는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붕괴 가능성에 기대는 모습이지만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 미 전문가, 하원 청문회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2009년부터 5년간 미국 국방장관실 자문역을 지낸 밴 잰슨 신안보센터 객원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미 하원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증언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막겠다는 목표는 명확하고 가시적으로 실패했다"며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선제적 핵공격에 대응하는) 보복적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막지 못하면서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을 막는다는 목표도 실패할 위험이 커졌다"며 "북한은 대형 전쟁에 대응하는 핵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위협적 폭력과 군사모험주의에 자유롭게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잭슨 연구원은 "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려면 우리는 제한적 전쟁과 그에 따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할 수도 없으며 북한의 핵능력을 불능화하기 위해 예방적인 전쟁에 착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전직 북핵담당 미 관리 "한국정부, 환상에서 벗어나라"
잭슨 연구원에 앞서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조찬 브리핑에서 북한이 현재 10~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최대 100여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정부가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핵무기 50~100개를 보유한 국가와 어떻게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느냐"며 "제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트 연구원은 초기 북핵문제를 담당했던 미 국무부 관리 출신으로 존스홉킨스대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비둘기파이면서도 관료 특유의 현실감각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8년 1월에 곧 출범할 이명박정부를 향해 "북핵 협상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으로 한국은 협상의 진행 여부에 있어서 주도적인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명박정부 이래 북미 간 협상이 막히면서 한반도 정세는 악화일로를 달렸다.
◆ 국내 전문가 "통일대박론,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통일 문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통일대박론'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이 강한 인상을 주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군 출신 안보라인이 대북정책 결정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기자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장관 취임을 뒤늦게 축하한다"는 인사에 "과연 축하받을만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결국 몇 달 더 자리만 지키다가 후임자 취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특단의 변화가 없다면 후임 장관 역시 자리만 지키다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한 위트 연구원의 지적대로 북핵 문제가 북미 간 협상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는 군 출신 안보라인에게 막힌 정국을 돌파할 카드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통일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이들 군 출신 인사들이 북한 붕괴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애초부터 통일대박론은 실현되기 어려운 허망한 정책이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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