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한강물 사용료 부과 '세금폭탄'…남경필식 '백골징포'
"아프리카 국가도 하지 않는 일을 경기도가 했다."
경기도(도지사 남경필)가 오비맥주에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2년치 하천수 사용료 12억여원을 부과한 일을 두고 1일 한 법조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
사용료를 부과한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말이다. 국민의 재산권 보장은 근대 이후 국가 운영의 근간으로 조세 부과 등 재산권 침해는 엄격한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한다. '조세법률주의'가 우리 헌법의 중대 원칙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경기도가 오비맥주에 사용료를 부과하면서 '조세법률주의'를 무시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경기도는 최근 양근서 경기도의회 의원이 "오비맥주가 지난 1979년부터 이천공장에서 남한강 물을 취수해 맥주 제조에 사용하면서도 36년간 하천수 사용료를 내지 않았고 하천관리청인 경기도와 여주시는 이를 방치해왔다"고 주장해 '봉이 김선달' 논란이 일자 뒤늦게 오비맥주에 사용료 폭탄을 날렸다. 오비맥주가 이미 납부한 12억여원은 앞으로 내야할 남한강 물 값의 일부다. 오비맥주는 관련규정(지방재정법)에 따라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물 값을 더 내야 한다.
오비맥주에 사용료를 납부하라고 공문을 보낸 곳은 여주시청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결정은 경기도가 내렸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하천과 업무담당자는 여주시청을 직접 방문해 "부과징수권자인 여주시청의 업무행정에 착오가 생겼다"며 경기도 고문변호사로부터 받은 자문결과를 전달했다. 사용료를 부과하라는 내용이었다. 여주시청은 이를 고스란히 공문에 담아 오비맥주에 보냈다.
오비맥주 이천공장은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1항에 따라 사용료를 면제받아 왔다. 해당 조항은 "댐사용권자나 댐사용권설정예정자는 해당 댐의 저수를 사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댐건설 이전에 하천수의 사용허가를 받아 하천의 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료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득권을 인정해 댐용수 사용료를 면제해 주자는 취지다. 오비맥주는 1979년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았다. 충주댐은 1985년 건설됐다. 오비맥주가 사용료를 면제받은 이유다.
경기도는 "하천관리청은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토지의 점용료, 그 밖의 하천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하천법 37조를 적용해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상충하는 두 법률 중 임의로 하나를 선택해 사용료를 부과한 것이다. 경기도 하천과 담당자는 "법령이 해석상 모호한 부분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문제점을 시인하며 "국토교통부에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국토부 답신도 없이 사용료 부과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이 담당자는 세부적인 근거 규정으로 '경기도 조례'를 언급했을 뿐이다.
'조세법률주의'는 국가가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재량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자의적인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물론이고 과세대상 ·과세표준 ·납세의무자 등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이 모두 근거를 가져야 한다. 감독기관인 국토부의 유권 해석도 없이 사용료를 부과한 것은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실제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도 사용료를 부과하는 경우 "산출방법과 수납방법 및 수납기한 등을 정하여 미리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35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여주시청이 '고지서'가 아닌 '공문'을 통해 사용료를 부과한 점도 지적사항이다. 이 관계자는 "여주시청은 물론이고 사용료를 부과하라고 지침을 내린 경기도 역시 '조세법률주의'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OB맥주는 지난해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벨기에 AB인베브에 인수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벨기에 다국적기업이 글로벌 기준과는 다른 한국식 법 적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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