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보완요구…'검찰 리모델링' 3가지 목소리
공수처 설치냐, 검찰 수사권 폐지냐, 아니면 주민직선제 도입이냐
지난 5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공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변협이 나서기는 했지만 실상은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를 대변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변협은 한국기자협회와 변협신문 편집인을 청구인으로 하고 이들을 대리했다. 다른 변호사단체는 사립학교 교원을 대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론이나 사립학교와는 달리 정작 스폰서검사·벤츠여검사 사건으로 김영란법의 단초를 제공한 법조계는 8일까지도 평온한 분위기다. 서울시내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전날 사석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힘 있는 검사야 아직 느긋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벤츠를 선물하는 변호사와 차를 선물 받는 검사가 언제든 재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공정한 법 집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김영란법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 검찰은 기소권 독점,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에 더해 직접적인 수사권도 가진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다. 과도한 권한의 집중은 검찰의 자의적 법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검찰의 리모델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발적으로 3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 제1안 : 공수처 설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물론이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이전부터 논의돼 온 방안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대신해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독립된 수사기관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을 설치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이후 약속대로 중수부를 폐지하고 상설특검·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6일 박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 이상 공무원들의 비위행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에 이석수 변호사를 지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논의과정에서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다.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 제도의 공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갖가지 제한장치로 인해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의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김영란법 국회 통과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검찰 수사권 남용 문제는 공수처 신설로 해결하면 된다"며 "언론은 김영란법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공수처 설치에 앞장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제2안 : 검찰 수사권 폐지
반면 공수처 설치는 옥상옥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검찰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메트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공수처를 만들었을 경우 공수처 소속 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르면 누가 수사를 해야 하느냐"며 "결국 빙빙 돌게 된다.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더라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특별신분도 아닌데 검찰의 비리를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문제"라며 "모든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를 하지 않으면 따로 공수처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경찰 비리에 대해서만 검찰이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제3안 : 검·경 직선제 도입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공수처 설치는 기존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차원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에 대한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과 같이 검찰과 경찰의 수장을 주민이 직접 뽑자는 제안이다.
이전 정부에서 야당이 제기했던 이 같은 주장은 김영란법 통과 직후에 다시 나왔다. 지난 4일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일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김영란법이 통과되면서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힘은 더 커질 것"이라며 직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 의원 등은 검·경 직선제 법안을 발의하고 토론회를 통해 여론 조성에 나설 계획이지만 검찰의 반발을 넘어서기 어려울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금 변호사는 보다 개혁 강도가 낮은 자신의 안과 관련해서도 "검찰에서는 펄쩍 뛰며 반대할 제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