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밀레 /봄 /1868-1873/ 캔버스에 유채 /86 *111cm
봄은 왔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아직 겨울이어도 되요. 봄이 와서 만물에 생기가 돋더라도 당신은 자고 싶으면 더 자고 아직 움츠리고 있는 시기라면 더 기다려도 되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계절이 있으니까요.
밀레가 표현한 봄 풍경은 무조건 화사하지도, 매우 밝지만도 않아요. 그의 그림 한편에는 어둠이 있고, 소나기가 지나간 흔적도 있어요. 모두에게 오늘이 봄일 수 없고 모두에게 오늘이 화창할 수 없죠.
봄 이라는 계절 안에도 꽃샘추위가 있고, 봄비가 있고, 소나기가 있고, 먼지가 날리는 날씨가 있듯이 우리 삶의 계절 역시 그럴거에요. 하루하루 봄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아 그때가 봄이었구나.'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레데릭 하트만은 사실 처음에는 밀레가 아닌 테오도르 루소에게 사계절 연작을 주문합니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화가 테오도르 루소가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자 밀레에게 다시 주문을 하죠.
밀레의 사계절 연작 중
<봄>
을 그린 이 작품 속에는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왼편에는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와 채소밭이, 그리고 이제 막 기지개를 피려는 들꽃들이 보입니다. 지나가던 농부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해 나무 밑에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농촌 풍경을 묵묵히 담아낸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다양한 봄의 시간을 만날 수 있어요.
먼저 핀 꽃이 있는가하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이 있고 저 무지개가 지나야 성장을 시작할 아직은 땅 속에서 자고 있는 씨앗도 있으며 이미 한 차례의 소나기 폭격을 맞아 봄비를 세차게 겪은 사람도 있겠죠. 내가 있는 곳을 성실하게 그려낸 그의 그림은 이야기합니다.
내가 있는 곳을 멈춰서 자세히 둘러보기…….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나의 계절을 인정하기…….
모두가 가진 다른 속도의 봄을 인정해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 출근길 명화 한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bbigsso@naver.com)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