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
미완의 파이시티 수사...이번엔 뿌리 캔다?
포스코-토착세력 유착 의혹 중심에 파이시티 '박영준 자금 관리인'
이동조 회장, 정준양-정동화-박영준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설도
2012년 검찰의 파이시티(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인허가 비리 수사는 '영포회'로 대표되는 경북 포항 지역 토착세력과 포스코 간 유착을 파헤칠 수 있었던 사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유착 비리의 뿌리까지 캐내지 못하고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사법처리하는 데 그쳤다. 이완구 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버전으로 다시 한 번 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완의 파이시티 수사가 남긴 비리의 뿌리를 이번에는 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이시티 수사의 결론은 파이시티 사업자 측에서 박 전 차관과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를 위해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게 골자다. 당시 검찰이 밝히지 못한 의혹은 많았다. 포스코건설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는 게 대표적이다. 포스코건설은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 정동화 전 부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초 회장 취임 직전까지 포스코건설 사장을 지냈고, 정 전 부회장은 플랜트 사업부문 부사장이었다. 정 전 회장이 회장에 오른 뒤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건설의 사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부회장이 된 일은 그 후의 일이다.
정 전 회장은 박 전 차관이 개입해 회장직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박 전 차관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이가 정 전 부회장이다.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건설 하청업체인 제이엔테크(기계설비)의 이동조 회장과 친분이 깊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과도 친분이 깊다. 이 회장은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차관과는) 어릴 때부터, 순수할 때부터 많은 대화를 한 사이고 친한 동생이다. 자기 속에 있는 걸 내가 다 알고, 내 속도 영준이(박 전 차관)가 다 알고 그런 사이"라고 말했다. 또 "(정 전 부회장과) 오래된 관계다. (정 전 부회장이) 부장에 오르기 전인 김영삼정부 때부터 친했다. 내가 나가는 모임이 있는데 그도 거기 회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박 전 차관과 정 전 부회장이 이어지고, 다시 정 전 회장으로 연결된다.
핵심 연결고리인 이 회장 역시 파이시티 수사와 무관치 않다. 그는 박 전 차관의 자금 관리인으로 주목받았지만 의혹은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더 있다. 사업실패로 한때 신용불량자 신세였던 이 회장은 2000년 제이엔테크를 창업했다. 제이엔테크는 2008년 포스코건설 하청업체가 된 뒤 급성장했다. 2008년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2009년에는 68억원, 2010년에는 200억원대, 2011년에는 17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포스코와 관련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기는 정 전 회장이나 정 전 부회장이 포스코건설의 사장으로 있던 시기다. 제이엔테크는 2008년 베트남에서 포스코 관련 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현재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건설 사업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의 인연으로 이명박정부 시절 포스코 회장처럼 행세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는 말이 많다. 포항 지역 토착세력과 포스코 간 유착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이 회장의 입이 열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012년 "내가 영준이(박 전 차관)와 친한 걸 사람들이 다 안다. 그래서 눈치가 보여 사업할 때 오히려 지장이 많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파이시티 수사 때 박 전 차관이 이 회장을 적극 감싸 이 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