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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어처구니없는 휴관 조치에 서울연극제 대중 관심 속으로

/김민준 문화스포츠부 부장



"극장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지난 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임시 휴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밝힌 말이다. 무대 상부 모터 파손 등 극장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기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예술위 측은 "조명봉은 작품에 따라 조명기 50대 내외가 부착되고 필요한 경우 무대장치나 출연진들을 매달기도 하는 장치다. 조명봉의 최대 하중은 1t에 달한다. 이것을 작동시키는 모터가 파손될 경우 조명봉 등이 무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휴관 결정은 안전을 중시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와 정부 정책에 따라 안전극장을 최우선으로 판단한 결과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예술위 측의 갑작스러운 휴관 조치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 시기도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로 제36회 서울연극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지난 4일 개막한 서울연극제는 극단 광장의 '6.29가 보낸, 예고 부고장'(23~29일)과 극단76의 '물의 노래'(5월 2~9일)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기로 했었다.



'6.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은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던 대학의 86·87 학번들이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이다. 28년이 지났지만 경찰에 끌려갔던 한 친구는 고문후유증에 몸이 온전하지 못하다. 집안도 풍비박산이 났다.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다"며 부고장을 보낸다.

'물의 노래'는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물이 주요 모티브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어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내용이나 제목이 정치적으로 껄끄러운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말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는 2015년 정기 대관공모 선정에서 36년만에 탈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서울연극협회는 강하게 반발하며 예술위를 고발까지 했다.

사태가 확대되자 예술위는 서울연극협회와 협의해 대관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연극협회도 고소 취하 공문을 보냈고, 대관 계약과 관련해서도 구두상으로 주고 받았다. 그런데 서울연극제가 시작되자 갑자기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을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연극계는 예술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단체를 길들이고 탄압하려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는 연극제가 시작됐기 때문에 관객과 공연단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극협회는 "이미 예매 관객과 공연단체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 예술위가 다시 심사숙고해 좋은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라는 입장"이라며 "다른 공연장을 섭외해서라도 공연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단체를 길들이고, 이런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기를 꺼려서 이번 휴관 조치를 내렸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느낌이다. 대중의 관심에서 살짝 비켜있었던 서울연극제가 이번 사태로 대중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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