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안심전환대출 '광풍'이 한바탕 금융시장을 휩쓸고 갔다.
출시된지 나흘만에 20조원이 바닥날 정도였고 9일간 35만명에게 34조원이 공급됐다.
이 상품은 현재 변동금리를 적용받거나,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연 2.6%대의 낮은 고정금리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5%대인 것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대출조건이라는 점에서 '광풍'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대출신청자가 몰렸던것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아이디어를 낸 금융위원회는 매년 1조원의 가계부채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연간 이자규모만도 최소 40조원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금리 리스크를 낮춰 가계부채 질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시도는 긍적적인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일면서 후폭풍 또한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형평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중간소득층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보다 원금 상환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만 혜택이 집중됐다. 반면 보험·저축은행·카드·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돼 혜택을 받지 못한 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달 생활비도 빠듯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서민층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질타하는 한편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 줄것을 촉구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도 최근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놓지 못하고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사람들 대책을 먼저 내놨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정책은 못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서둘러 여론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통해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원스톱 맞춤형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등 후속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재원마련등 묘안을 짜내느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형평성 시비로 원성을 사고 있는 만큼 2금융권 대상자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구조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인상을 통한 소득을 증대시켜 주는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충고 역시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서민층을 아우르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