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세월호 참사관련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 관계자들이 '경찰의 무차별적 유가족-대학생-시민 연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수뇌부의 부재…나라는 경찰청장이 지켜라
식물총리에 행자부 장관도 대통령 수행…세월호 집회에 경찰만 홀로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콜롬비아로 떠난 직후부터 19일까지 대한민국은 경찰공화국이 됐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식물총리로 존재감을 잃었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마저 박 대통령을 수행해 정국은 강신명 경찰청장의 손에 맡겨졌다. 16~18일 서울 한복판 시청광장, 광화문광장에서는 시민들과 경찰 간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양측의 충돌은 처음부터 격렬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제 참석자들의 수는 주최측 추산으로 5만명(경찰 추산 9000명)에 달했다. 경찰 병력이 광화문으로 진출하려는 이들을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있는 경찰의 차벽이 다시 등장했다. 경찰은 차벽트럭 10대 등 모두 40∼50대가량의 차량을 동원했다. 경찰의 해산 작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소수의 시민들은 경찰과의 대치를 다음날까지 이어갔다.
주말인 18일에는 휴일을 맞은 시민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경찰은 병력 1만3700명과 차벽트럭 18대를 동원했고, 안전펜스로 된 6겹의 차단벽을 설치했다. 시위대들을 향해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까지 대량으로 살포했다. 이때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등 100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예고된 사태였다. 한 주 앞서 지난 11일 열린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행사 이후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과 충돌한 바 있다. 1주기 당일 박 대통령이 출국할 경우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 역시 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경우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강 청장은 지난 13일 본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토요일(11일)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차벽을 포함한 폴리스라인을 부득이하게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루액 살포와 관련해 "얼굴을 조준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캡사이신 최루액이 코 등에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얼굴을 겨냥하지 말라는 분사규정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의 손에 맡겨진 정국은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27일까지는 불가피해 보인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24일과 25일 다시 우리는 여기에 모일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고, 시민들은 함성으로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