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꼬리를 먹는 뱀이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플라톤이 처음 말한 '우로보로스(Ouroboros)'다. 그리스어로 '꼬리를 문 뱀' 또는 '영원히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의 뜻이다. 무한반복, 영속성, 순환고리 등으로 표현된 신화적 생물이다. 하지만 '우로보로스'의 단어 이면에는 자기 꼬리를 먹을 만큼 어리석고 욕심많고 비정상적인 상태를 비꼬는 뜻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성완종 리스트로 떠들썩한 지금의 모습이 꼭 우로보로스와 닮은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에서 비롯된 인사참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성완종 리스트의 주인공들 역시 자기꼬리를 먹는 셈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도를 넘어선 욕심 때문이다. 계속해서 가지려고만 하다 결국엔 스스로 파멸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자승자박'이 된 셈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을 수첩에서 찾았다. 총리인선만 벌써 6번째다. 인사가 만사란 옛말은 박 정권에서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완구 총리의 사퇴와 박상옥 대법관 후보문제 등 꼬리물기처럼 끝없이 되풀이되는 측근 모시기가 결국 자기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 최근 불명예 사퇴한 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의 막말이메일 파문도 자기의 힘을 과시하다 생긴 일이다. 이렇게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지키기위해 그리고 더 많이 뺏어오기 위해 필요한 대상만 찾는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이나 회사와는 달리 국민의 행복과 안위를 보살피는 정부의 수장들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하는데 개인적 욕심을 개입시키면 안된다.
지금까지 일어난 비리와 부정부패가 모두 사심을 발동시켜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은 나랏일을 보는 사람들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이 시대에 흠없이 완벽한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장관후보자에게 제공되는 200여개의 질문지가 있는 '자기 검증서'와 인사청문회, 주위의 평판 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적합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본다.
후보자 본인 스스로도 '자기검증서'에 하나씩 체크하다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국민의 공복으로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결코 정당, 특정 계파나 인연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만약 계속해서 사심으로 권력을 이용하면 결국 자신의 꼬리를 먹는 우로보로스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의 잘못과 비정상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을 기억한다.
"유능한 공직후보자를 상시 발굴해 필요한 자리에 꼭 필요한 인재를 찾아쓰겠다"고 국민 앞에서 다짐한 대통령의 말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