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사죄 표현없이 "아시아 국민에 고통" …미 상하원 합동연설서 미국엔 사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 제국주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의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대해 분명한 사과 없이 미국에만 고개를 숙였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희망의 동맹으로'라는 연설문의 제목이 상징하듯 이번 미 의회연설을 미국과의 동맹 격상과 이를 통한 일본의 역할 확대 등을 선언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특히 진주만 기습 등 과거사를 거론하면서 희생된 미국인에 대한 깊은 반성과 애도를 표명하는 등 미국에는 사과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는 아예 언급이 없고 과거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식민지배 가해에 대해서도 '사죄'라는 분명한 표현을 쓰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을 유발한 일제의 진주만 기습을 언급하면서 "나는 이들 젊은 미국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역사는 냉혹하다.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나는 한동안 거기서 묵념했다"며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 깊은 경의와 함께 영원한 애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주변국들에는 분명한 사죄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기존 입장 표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전후를 시작했다.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며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혀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은 일단 잇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우리 정부가 그의 역사인식의 바로미터로 삼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언급은 비켜가면서, '인간 안보'의 중요성을 거론하는 부분에서 뜬금 없이 "전쟁은 늘 여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말해 위안부 문제를 일반적인 차원의 전시 여성 인권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