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권 연장, 정부·여당이 반대
정부·여당 '소멸시효 예외 규정' 이유로 부정적…일본과의 외교관계 우려도 제기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 연장에 정부와 여당이 반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을 심사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례법은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 기업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 등 전범 기업에 손해배상을 소멸 시효인 24일을 넘겨서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대표발의자는 이 의원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가 소멸시효를 예외로 두는 것에 부담을 느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는 인지한 날로부터 3년이다. 여당 의원들은 회의 참석에 소극적이었다.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며 의견을 밝힌 의원 역시 민법상 소멸시효에 대한 특혜는 이례적인 경우라며 난색을 표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외교적으로 좋지 않다는 언급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확히 누구의 발언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국가가 나서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소득은 없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만만한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찬성을 하리라고 생각하고 법안을 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은 특례법을 대표발의하면서 "손해배상 시효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가 소멸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며 "특례법을 통해 소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제1소위는 6일 원포인트 형식으로 특례법을 재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4월국회에서 심의를 하지 않으면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만료될 공산이 크다. 4월국회는 6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12년 5월 23일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 고령인데다 개인적으로 소송을 하는 어려움 때문에 상당수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특례법은 소멸시효 연장과 함께 집단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