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적합업종)'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중고차매매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한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신규진입과 확장이 금지됐다. 그러나 연간 2조 매출 규모의 벤츠코리아는 중고차 매입·판매 서비스 브랜드 '스타클래스(StarClass)'를 통해 중고차 시장 잠식에 나섰다. 외국계 기업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다는 허점 때문이다.
통상 중고차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대기업의 인적성검사 시험이나 영어성적 등 까다로운 절차 없이도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는 젊은 청년 실업자에게 기회를 주는 직장 중 하나다. 세상 모두가 대기업만 고집하다 보면 실업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 대기업과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 진출해 시장을 잠식하다 보면 이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이 같은 시장구조에 의식이 깨어 있는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경우 "수입차 브랜드도 국내 업체와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반위도 "자동차 매매 사업에 대해 재검토할 계획"을 밝혔다. 중고차시장은 영어 점수가 없어도, 일하고 싶은 열정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청년들의 희망일터이다. 중고차 시장을 벤츠 같은 외국계 대기업의 그늘에서 보호하는 것도 동반위가 만들어진 취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벤츠코리아가 한국의 법을 외면한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미 한국에서 돈벌이를 해 자국에 거의 모두 송금하고 한국시장에 기부가 인색하는 등의 행태는 많이 알려졌다.
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부터 시행된 후 현실을 반영한 개편이 발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상 편법을 일일이 살펴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적합업종 제도가 현실적 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주장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강력한 법적 장치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의 자산집중도는 60%에 이른다. 이 같은 대기업의 시장지배 강화는, 전체 기업 수의 99.9%, 고용의 86.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내수부진의 장기화, 성장 잠재력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체 고용 중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5.95%인 데 반해 한국은 28.9%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적합업종 선정은 중소기업의 매출과 수익을 늘리고, 절대 다수의 국민들에게 고용창출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벤츠 같은 글로벌 기업의 적합업종 침범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