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라스베가스(Las Vegas)입니다. 수많은 호텔들이 관광객을 유혹하며 매력을 뽐내지만 단언 압도적인 화려함을 가진 예술작품이 바로 벨라지오 호텔(bellagio hotel)에 있습니다.
그림1) 벨라지오 호텔 로비 천장에 설치되어있는 데일 치훌리의 FIORI DI COMO (직접 촬영)
그림2) 벨라지오 호텔 로비 천장에 설치되어있는 데일 치훌리의 FIORI DI COMO-2 (직접 촬영)
바다 해파리 같기도 하고, 젤리 같기도 한 이 작품은 벨라지오 호텔의 로비의 천장에 설치된 미국 유리공예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1941~)의 작품입니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살 빠지는 그림’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죠.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벨라지오 호텔로 들어섭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죠. 그야말로 라스베가스 인기스타입니다.
벨라지오 호텔의 오너인 스티브 윈(Steve Wynn)은 데일 치훌리에게 로비에 설치할 작품을 의뢰합니다. 데일 치훌리는 시애틀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팀원들과 함께 2천개에 가까운 다채로운 색의 유리 꽃을 빚어요. 한 송이 한 송이가 천장에 채워져 하늘에 거대한 유리꽃밭이 완성됩니다.
‘열’이라는 것이 참 대견한 것이 차갑고 딱딱한 금속을 순식간에 부드러운 재료로 뒤바꾸기도 하고, 투명하고 약한 유리를 견고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죠. 학부시절 저를 늘 마법사로 만들어준 건 적동과 황동 그리고 은에 열을 가해 그 금속들이 다양한 형태로 구부러지고 재탄생되는 과정이었어요. 그 때 느낀 희열은 제가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의 ‘헤파이토스’가 된 기분이었죠. 작지만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도구가 바로 ‘열’입니다. 데일 치훌리에게도 ‘열’은 유리에 수없이 마술을 부리는 재료입니다. 그가 만든 유리 작품들은 모두 다른 세상 속 우리의 모습들과 닮았습니다.
그는 1976년 교통사고로 한 쪽 눈을 잃었고, 어깨 탈골 등 여러 장애가 생겼지만 열정적으로 꾸준히 유리공예 작품을 탄생시키며 미국 최초의 무형문화재가 됩니다.
설치미술은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도 가장 마음씨 넓은 장르가 아닐까 싶어요. 나 혼자만 봐야지 하는 개인소장이 아닌 공간과 공기가 함께 소장하는 예술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볼 때 개인의 의뢰로 설치미술을 탄생하게 하여 모두가 볼 수 있게 해주는 컬렉터들의 마음에 감사하는 바입니다. 벨라지오 호텔의 컨셉이 ‘이탈리아’이다보니 어쩌면 오너인 스티브 윈은 어쩌면 이 호텔에 데일 치훌리의 작품을 설치하며 과거에 피렌체의 예술을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스스로를 미술가라고 부른다. 그것보다 내게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데일 차훌리“
유리 공예라는 장르를 또 하나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그의 창조성에 감탄하며 라스베가스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꼭 벨라지오 호텔에 들려 데일 치훌리의 작품과 인사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늘 그 자리에서 우릴 반기는 는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바로 휘닉스파크 호텔과 워커힐 호텔입니다. 공공장소에서 감상이 가능한 그의 작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그림3) 데일 치훌리의 모습 (출처:wikimedia commons)
작가 홈페이지 http://www.chihuly.com/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
출근길 명화 한 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