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소송'이라 불리는 론스타와 우리정부 간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론스타가 우리정부에게 5조원가량의 천문학적인 돈을 물어내라고 제기한 소송이다. 국제투기자본의 유사한 줄소송이 이어질지 모를 중대한 소송이다. 막대한 국부유출의 가부가 달린 소송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국민은 국외자로 소외되고 있다.
소송을 맡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소송에 대한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ICSID 홈페이지에는 개별 소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페이지가 따로 있지만 론스타 소송만은 텅 빈 상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들이 모두 제3자의 심리 참관을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만이 아니라 우리정부도 비공개를 원했다는 이야기다. ICSID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들에게는 '심리 과정을 인터넷으로 중계하느냐, 아니면 완전 비공개로 하느냐'의 폭 넓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론스타와 우리정부 모두 극단적인 비공개 선택을 한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전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정부 전언의 진위 여부조차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국익을 위해서 정보 관리를 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되레 '이번 소송에 무슨 흑막이 있지 않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론스타와 관련된 갖가지 의혹들은 이 같은 의심을 부채질한다. 지난 11일 출간된 '검은머리 외국인'(저자 이시백)에는 세간에 떠돌던 의혹들이 소설의 형태로 담겼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금의 물주가 한국인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세간에는 론스타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5조원 가운데 1조7000억원가량이 한국인의 몫이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심지어 우리정부의 경제관료와 노조도 의혹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의혹이 아니라도 론스타 소송이 공개돼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이번 소송은 정부의 무능이 부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부실해진 외환은행이 2003년 론스타에게 넘어갔을 때 정부는 골칫거리를 해결했다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졸속매각과 편법매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있었고, 이어진 재판은 론스타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빌미가 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며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실제 론스타는 이후 더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에도 정부만 믿고 기다리라고 국민에게 말한다.